새로 맞이하는 것보다 보내는 것들이 더 많은 계절, 가을이다. 불같은 해를 푸르게 감내하던 잎들은 그 수고를 알록달록한 색으로 드러내더니 조용히 마당을 덮고 있다. 떨어진 잎들이 귀찮아 빗자루 들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잎들은 무덥던 여름 날 우리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던 고마운 것들이다. 세상 살기 어렵다던 여름은 금방 잊고 어느 새 사람들은 산과 들로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여유를 가지게 됐다. 축제가 많은 가을은 계절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축제와 함께 즐기는 음식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 중에 아주 큰 것이리라.가을
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작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돈이 급하니 300만원을 빌려주면 일주일 안에 갚으리라는 것이었다. 이런 경우 나의 원칙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보아서 마음속으로 받지 않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만 빌려준다는 것이다.그래서 100만원을 빌려줬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서 여러번 시도해 보았지만 아예 연락두절이었다. 당시에는 아깝지 않을 금액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아까울 뿐만 아니라 괘심하기 짝이 없다.대응방법을 생각해봤다. 민사 또는 형사소송을 제기한다. 경찰서에 사기죄로
지난 8월말 거제시 공공청사 중회의실에서 '가족중심의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전환지원'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토론회가 주목받게 된 것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아산사회복지재단의 후원으로 거제지역 발달장애인 가족을 대상으로 운영했던 프로그램 성과발표 때문이었다.거제지역 발달장애인 가족을 대상으로 운영했던 프로그램은 큰 희망을 안겨줬다. 발표자가 밝힌 프로그램의 유형은 두 가지였다.첫 번째는 가족협력형으로 가족이 전문가와 함께 협력해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전환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발달장애인에게 자립생활에 대한
성장기의 많은 부분을 '놀이'에 푹 빠져 지내던 시절이 잠깐 있었다. 국가의 산업이 성장기를 보이기 시작할 무렵 학원에 갈 필요도 없던 시절이었고 숨바꼭질·돌차기·썰매타기·구슬치기·전쟁놀이·고무줄놀이 등 학교에서 집까지 오고가는 모든 공간이 진득하게 놀 수 있는 장소였다. 아이들에게는 그런 놀이가 곧 지능을 발달시키고 창의성과 사회성을 일깨워주는 훌륭한 교과서가 됐다. 코피가 터지는 싸움판이 종종 벌어졌지만, 고발·고소까지 가는 경우는 없었고
작고한 소설가 박완서 선생의 작품 중에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이라는 작품이 있다. 박완서 선생의 작품을 좋아하는 터라 대학시절 이 단편 소설을 접했을 때 그 구수하면서도 직설적인 필력에 반해 단숨에 읽어 내려갔던 기억이 있다.작품의 줄거리는, 주인공 성남댁은 중풍이 걸린 나이든 영감을 수발하는 조건으로 13평 남짓한 아파트를 받기로 영감의 며느리인 진태 엄마로부터 약속을 받았다. 노년에 효자 노릇을 단단히 할 아파트를 생각하며 성남댁은 3년을 성심성의껏 영감 수발을 했는데 어느 날 중풍이 심해진 영감님이
옛날 중국 변방에 살던 노인이 말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이 말이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아 이웃 사람들이 와서 위로를 했는데 이 노인은 담담히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며칠 후 집나간 말이 다른 말 한 마리와 함께 돌아왔다. 이웃 사람들은 또다시 와서 축하했고 여전히 노인은 잔잔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그 노인의 아들이 새로 온 말을 너무 좋아해 매일 타고 다니다가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져 병신이 됐다. 이웃 사람들이 와서 위로했지만 이번에도 노인은 무덤덤하기만 했다. 그 무렵 전쟁이 일어나 모든 젊은이들이 징집돼 전장에서 죽었다
'국민의 눈높이'라는 것이 있다. 사실의 정황이 이미 마음에 확증된 것을 말한다. 여론으로 내세워도 수긍할만한 심정이 될 때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진행되는 방향이 더욱 오리무중에 가깝다. 정치현실의 이러한 속성에 국민은 제대로 된 기회에서도 실기를 하게 되는 것은 역시 남보다 자기 탓으로 반성함이 마땅하고 분발해 생활할 일이다.'핵'을 가진다는 것은 국가의 직접적 안보 측면에서 이러한 일을 비평할지언정 적대시해 비난할 일도 아니다. 중요한 일은 핵을 총체적 민의의 우위에 두거나 자유민주주의로 성장한 조
사회복지는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다. 지난 10여년 동안 사회복지는 저출산·고령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맞벌이 증가 등으로 인한 사회적 돌봄에 대한 급증하는 수요와 가족해체 등의 신사회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서비스 시장 및 일자리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됐다.이때 민간의 사회복지서비스 시장도 크게 성장했으며, 사회서비스 공급기관 상호간 경쟁구조 등으로 서비스 질 관리의 어려움과 종사자의 처우개선 등의 한계점이 발생하게 됐고, 비중이 낮은 국공립 복지시설의 민간위탁이 늘어나 공공성 강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
1993년 미국 톨레도대학 경영학 교수 딘 러드윅과 클린턴 롱고네커 교수는 비즈니스 윤리저널 논문 기고에 '밧세바 신드롬'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실었는데 그 논문의 부제는 '성공한 리더들의 윤리적 실패'였다. 두 학자는 영향력을 가진 사회적 지도층의 도덕성 결핍증을 '밧세바 신드롬'이라고 명명했다. 밧세바는 기원전 11세기 이스라엘 2대 왕 다윗의 부하 우리아의 아내였던 여자다.어느 날 다윗은 성문을 거닐다가 멀리서 목욕하는 여인을 보게 되는데 그가 밧세바였다. 다윗이 그 여자를 수소문해서
'~하자'라는 말은 동의를 구할 때나 권유, 혹은 약속을 잡을 때 사용한다. 어떤 행동을 함께 하자고 요청하는 뜻을 나타내는 '~합시다'라는 말이 사회생활에서는 상대를 낮춰 보지 않으면서도 존중의 의미까지 곁들여 정겹게 들린다. 정겹다는 것은 반드시 실천해야 된다는 규칙이 아니어서 좋고,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강제가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밥 한번 먹자' '술 한 잔 하자' 살면서 이런 막연한 약속을 몇 번이나 했을까, 그 한 번을 실천하기 위한 '막연함'들이
거제에서 공증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재판 업무에서 해방이 됐다. 늘그막에 법조인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복 있는 직종을 갖게 됐으니 마냥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듯이 이 공증 업무에도 힘든 부분은 사무실을 떠나지 못하고 언제나 '5분 대기조'처럼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그러다보니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을 추구하게 됐다. 또한 영어소설 읽기를 즐기다 보니 동호인 모임을 5년째 계속하고 있다.최근에 같이 읽기를 마친 'Breath becomes air'
왕자의 권위를 오예(汚穢) 속에 내려놓고 자비의 연꽃을 피우는 이는 누구인가? 형틀 아래에서도 돌을 맞으며 죽음까지 원죄로 돌리는 사랑의 눈빛을 보이는 이는 또 누구인가? 사람으로서 실수 한마디가 잘못돼도 처형되는 오늘날의 공포가 권좌로 군림한다면 어느 편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언제나 옳은 문화예술은 자유의 본성에서 싹튼다. 기다리고 반성하고 인내할지라도 성장만이 유효하다. 제어장치의 완벽에서 컴퓨터가 살아나듯 개성의 자유를 달리 오해해서는 안 된다. 자유는 늘 책임과 구속이 자발적으로 따른다. 그리고 자유는 방만한 일탈과 나약에
한 바퀴, 두 바퀴를 돈다.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 바퀴를 돌아오니 작은 틈이 생겼다. 다가가니 영업장 앞이라는 작은 현수막이 펄럭이고 몸집 좋은 물통 두 개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포기하고 다시 떠나려는데 아파트 외벽에 세워져 있던 승용차의 미등에 불이 켜진다. 잠시 기다려 동태를 살피는데 앞쪽에서 소형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다가온다. 나는 비상등을 급히 켜고 담벽 쪽으로 바싹 다가간다. 눈치를 챈 맞은편 승용차가 물러나고 비워진 아파트 외벽에 자리를 잡는다. 자연스럽게 '휴우!' 숨을 내쉰다. 중요한 업무 하
일본의 의학박사 곤도 마코토가 쓴 책으로 일본 베스트셀러 1위에까지 올랐던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환자는 병원의 돈줄이 아니며, 의료도 하나의 서비스고 그것이 의사의 생계 수단임을 알아야한다고 했다.그래서 그들이 하는 과잉진료나 치료는 오히려 환자를 죽이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 의사로서 그의 의견이다. 그는 40년 간 의사로 일 해오면서 병원진료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폭로해서 일본 의학계에서는 눈 밖에 났지만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실현하기 위해 의료정보 공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고 해안선이 제일 길다는 거제도에 붙은 섬이 몇개 있다. 그 중에서 거가대교와 가까운 이수도가 요즘 갑자기 1박3식으로 유명해졌고, 칠천도·가조도·산달도가 비교적 큰 섬이다. 산달도라는 이름은 산에 달이 뜬다고 해서 붙여졌다 하니 별 시시한 유래도 다 있구나. 삼천리 강산에 산 없는 데가 어디 있으며 그 위에 달이 안 뜨는 곳 있으랴….산달도에는 산 앞에 있다고 해서는 산전마을, 뒤에 있다고 해서 산후마을 등 3개 마을에 200명쯤이 살고 있다. 이 산달도가 내 오두막
우리 품에 뛰어든 새를 품어줘야 한다. 이 새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새다. 이 새의 잘못에 대해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이 새의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온 가족을 오롯이 살려내는데 있다. 그러려면 먼저 철저히 반성하는 일을 속이지 않고 품어주는 동족에게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만 변화의 바람은 현재의 능력을 더욱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온몸의 중심에 '심장'이 있음을 자각할 줄 알아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 역시 한미동맹의 신뢰와 중국의 선의를 이끌어내 통일한국을 이루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운전석의
요즘 뉴스 매체에는 대한항공 세 여자들의 패악에 관한 얘기로 넘쳐난다. 패악질의 갑중의 갑인 이명희씨의 행동을 보면서 분노를 느끼다 못해 어떻게 저런 인격의 사람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공사의 안주인일까 하는 의구심까지 든다.보통사람은 그렇게 화를 내고 악을 쓸 일이 없는데 어떻게 내노라 하는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아무에게나 화를 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지 알 수가 없다. 영상에서 본 그녀들은 돈이 많고 가진 것이 많다고 해서 모두 행복하고 너그러운 것은 결코 아니며 많이 가졌다고 인격까지 고상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봄이 쓰러져 가고 있다. 시간을 견뎌 맺은 하얀 꽃잎들은 급하게 메운 푸름에 사라져 간다. 그래도 사이사이 피어나는 여러 꽃들로 하여 마음을 살필 여유가 있으리라. 봄에 피는 꽃 중에 산에 핀 복사꽃을 보면 순서 없이 마음이 무너지고 만다. 산중턱 논 옆 개울가 분홍의 색으로 자리한 꽃그늘을 보면 아직도 아버지의 권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린 나를 발견한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아버지가 직접 만들어준 지게를 지기 시작했으니 노동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여린 마음을 뭉개기 일쑤였다.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린 감성을 짓누른 것은 노동이 아
이제 나는 영어로 된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 '전쟁과 평화'라는 제목처럼 이 책읽기는 나에게 전쟁 또는 평화가 될 수 있다. 1358P…. 이달 내에 평화 조약을 이루기를 희망한다. 4월15일쯤 이렇게 시작한 '전쟁과 평화'는 5월3일인 지금 거의 마무리 돼간다.1985년 나는 대학 도서관에서 영어로 된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사법시험 1차 과목으로 들어있던 영어는 자신 있던 과목, 공부 하지 않아도 좋은 점수가 나왔다. 그러나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나는 하루에 한 시간씩
촛불은 어떠한 정치 지도자나 사회단체에 의해 주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나라 청소년 학생들에 의한 점화였다. 올림픽에서 성화를 점화하듯이 순수하고 고귀한 횃불을 부정입학과 부당한 사회현상에 항거해 일어났던 진정한 요원의 불꽃이었다. 그러므로 촛불은 문화의 진수를 모두 포용하고 있다. 촛불은 어느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고 정의의 불기둥이 돼 영원한 힘이 돼줄 것이다.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며 옳다고 하는 일만 내세워 진일보(進一步)한 사회를 가일층(加一層) 정화해야만 촛불정신에 다가갈 수 있다. 사리사욕을 끊고 당략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