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세바 신드롬
밧세바 신드롬
  • 김미광 칼럼위원
  • 승인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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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1993년 미국 톨레도대학 경영학 교수 딘 러드윅과 클린턴 롱고네커 교수는 비즈니스 윤리저널 논문 기고에 '밧세바 신드롬'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실었는데 그 논문의 부제는 '성공한 리더들의 윤리적 실패'였다. 두 학자는 영향력을 가진 사회적 지도층의 도덕성 결핍증을 '밧세바 신드롬'이라고 명명했다. 밧세바는 기원전 11세기 이스라엘 2대 왕 다윗의 부하 우리아의 아내였던 여자다.

어느 날 다윗은 성문을 거닐다가 멀리서 목욕하는 여인을 보게 되는데 그가 밧세바였다. 다윗이 그 여자를 수소문해서 보니 그녀는 휘하 장수의 아내였다. 밧세바에 대한 다윗의 욕정은 걷잡을 수 없어 밧세바를 궁정으로 불러 취했다. 그녀가 임신을 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밧세바의 남편 우리아를 소환해 밧세바와의 동침을 유도하지만 실패한다.

이에 다윗은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우리아를 최전선 전투에 배치해 전사하도록 음모를 꾸미고 결국 밧세바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다윗은 비록 강력한 이스라엘 제국을 건설했지만 그의 삶은 비도덕적인 추문으로 얼룩졌다. 밧세바 사이에서 난 아이는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아 죽었다.

역사상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지도자들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이런 종류의 성추문에 잡혀 도덕적 오점을 남기고 남은 삶을 망치는 현상에 자주 인용되는 '밧세바 신드롬' 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정치·경제·예술 등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이 '미투' 운동을 시작으로 이런 비도덕적인 성추문에 얽혀 있음이 밝혀져 분노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면 왜 이렇게 성공한 리더들이 이런 비도덕적 성추문을 자주 일으키고,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대중 앞에 나서는가를 분석해본 학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리더는 자신이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자신의 권력이나 영향력에 도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두 번의 범죄가 점차 대범해지면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괜찮을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오판하게 된다.

성공한 리더들의 도덕적 추락을 설명할 때 그들이 범죄를 일으키는 때는 바로 그들이 권력이나 명예, 혹은 어떤 위치의 최고 정점에 있을 때였다. 자기 분야에서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고 많은 사람이 자기 명령 아래에 있으며 더이상 정복하거나 더 가질 것이 없다고 생각할 때, 해이해진 인간의 근본 욕망이 기어 나와 범죄와 결탁을 하고 그들은 자신이 저지르는 추문이나 죄악을 자신의 권력이나 물질로 덮을 수 있다고 오판하는 것이다. 

다윗이 성문 위에서 밧세바를 봤을 떄 그의 부하들은 한창 전쟁 중이었지만 자신은 한가했다. 왕권이 강화되고 왕국이 안정을 찾았어도 그는 자신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는 성공에 도취돼 자신의 욕망에 기회를 줬고 욕망은 범죄를 저지를 틈을 줬던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성추문을 해도 힘을 이용해 사회적 비난과 처벌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비도덕적 행위와 성추문에 대한 여론이 빠르게 확산돼 막강한 사회적 비난을 받는다. 또 요즘 가짜뉴스가 판을 치자 여기에 편성해 자신의 죄를 덮으려고 진실조차도 가짜뉴스로 둔갑시키는 일이 생겨나기까지 한다. 하지만 진실을 끝까지 숨길 수는 없는 일이다. 

성공했다고 생각했을 때 자신을 잘 다스리고 잘 나갈 때 자기를 살피는 것이 성공하는 리더의 자질 중의 하나가 아닐까. 전 세계가 폭염으로 몸살을 하는 요즘 우리나라 유명인들의 성추문을 보면서 그들 또한 '밧세바 신드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 무더운 이 여름을 더 덥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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