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일본의 의학박사 곤도 마코토가 쓴 책으로 일본 베스트셀러 1위에까지 올랐던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환자는 병원의 돈줄이 아니며, 의료도 하나의 서비스고 그것이 의사의 생계 수단임을 알아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과잉진료나 치료는 오히려 환자를 죽이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 의사로서 그의 의견이다. 그는 40년 간 의사로 일 해오면서 병원진료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폭로해서 일본 의학계에서는 눈 밖에 났지만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실현하기 위해 의료정보 공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사람이다. 

언젠가 명의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글은 그 글에 이은 두 번째 얘기다. 내가 지난번에 말한 모 병원의 그 성의 없는 정형외과 의사가 아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그 무성의한 의사의 심드렁한 진찰이 낳은 위험한 결과를 얘기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의 지인은 결국에는 아무것도 아닌 그 옆구리 부어오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고생을 했다. 본인 스스로 단순히 골프 자세를 바꾸면서 생긴 근육통이라고 생각한 것도 잘못이지만, 처음에 찾아간 병원의 그 정형외과 의사가 비싼 CT까지 찍게 해놓고는 부어오른 환부조차도 들여다보지 않았고 단순 근육통 약만 처방한 것이 병을 키운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였다. SKY대 출신의 의사가 별일 아니라고 했는데 뭔 큰 병이겠냐고 지인은 의사가 아닌 의사의 출신대학을 맹신했는데 (그렇게 SKY대 출신 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고 조언했건만) 그 결과는 좀 무서웠다.

지인의 옆구리는 점점 더 부어올랐고 급기야 작은 밥그릇 하나 엎어놓은 것 만해졌다. 그러다가 한 병원의 내과의사에게 다른 일로 갔다가 그 얘길 하니 당장에 보자고 했다. 그 의사는 자기는 내과의라서 잘 모르지만 외과의한테 꼭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같은 병원의 외과의 협진까지 신청해줬다.

그리고 지인은 드디어 진짜 명의(名醫)를 만나게 됐다. 나도 적지 않게 병원을 들락거리는 편이라 의사를 많이 만나봤지만 그 외과의처럼 진솔하게 환자를 대하는 의사는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성실하고 성심성의를 다해 환자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소견을 알아듣기 쉽게 환자에게 설명해줬다.

결론은 그 옆구리 부어오름과 통증문제는 거제도에 있는 병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병이 아닌 것 같으며 자신이 생각하는 병명을 알려줬다. 지인은 그날로 바로 대학병원에 진료신청을 했고 전문의를 만나 그 병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게 됐고 지금도 대학병원에 통원치료 중이다.

그 외과의가 직접 병을 해결해주고 치료해 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큰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준 것만으로도 나는 그를 명의(名醫)로 인정하는 바이다.

몇몇 의사들이 자신이 치료할 수 없는 환자를 붙들어둬 치료시기를 놓쳐 고생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게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한 의사는 이름만 의사로 환자의 환부를 들여다보지도 않고 진단을 제대로 하지 않아 병이 커져서 환자를 위험에 처하게 했던 반면에, 또 다른 의사는 환자의 환부를 성실히 들여다보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언해 환자가 목숨을 건질 수 있도록 도와줬다. 

명의가 별게 있겠는가. 자신이 고치든지 못 고치든지 환자와 소통하고 환자로 하여금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명의 아니겠는가. 오늘은 왠지 의사의 양심선언 같은 곤도 마코토 박사의 책이 다시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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