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삼장법사가 하루는 길을 가다 마을에 큰 법회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입구에서 문지기가 삼장법사의 출입을 막고 나섰다. 어떤 법회인데 누더기 옷을 입은 거지같은 사람이 들어오려 하느냐며 누더기 옷을 입고 있던 삼장법사는 문전박대를 당하고 말았다. 그러자 법사는 근처 사찰에 들러 황금빛이 나는 좋은 옷을 빌려 입고 다시 법회가 열리
어머니의 뒤를 따라 나선다. 읍내 방앗간엔 사람들로 북적하고 김이 서린 곳에선 구수한 냄새가 물씬 풍겨 온다.어머니는 머리에 이고 오신 함지를 줄로 이어진 다른 함지들 끝에 내려놓으신다. 그리곤 눈짓 한 번 주시고는 잰걸음으로 난전엘 가신다. 아이는 당연히 제집 함지 곁을 지켜 선다. 줄어드는 차례를 놓치지 않고 함지를 들이민다. 한참의 시간과 순서를 기다
옛날 중국 변방에 한 노인이 있었는데 어느 날 노인이 기르던 말이 도망을 쳐 오랑캐들이 사는 국경 너머로 가버렸다. 당시에 말은 대단한 재산이었기 때문에 노인은 큰 손해를 입게 됐다. 마을 사람들이 노인을 위로하자 노인은 정말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이것이 또 복이 될는지 알겠소?" 하며 태연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후 도망갔던 말
나는 동양피스톤의 회장 홍순겸이다.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이 있었을 때 경기도 안산에 사는 우리 회사 직원 황 모 씨가 자신의 딸이 세월호에 탑승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딸을 찾기 위해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평생을 일해 온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세월호에 탑승한 딸을 찾으려면 회사에 출근할 수 없으니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울먹였다. 나는
을미(乙未)년 새해의 입춘(立春) 절기가 문자 그대로 따뜻한 새 출발로 다가서고 있다. 뒤로 돌아볼 것도 없이 모든 어둠을 살라먹고 불붙은 태양의 굴레를 더욱 힘차게 돌릴 뿐이다. 지천으로 배어드는 슬픔이야 그냥 깔면 눈물바다가 되겠지. 그래도 우리들은 가슴의 벅찬 온기 하나라도 숨 닿도록 앞만 보고 내달리고 있지 않은가!하지만 지난 한해 참담한 일이 너무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이는 날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이원수 작사·정세문 작곡 '겨울나무' 中.어른이 되어 다시 불러보는 동요가 새로운 의미를 주는 때가 있다. 눈 쌓인 높은 산, 살을 에는 바람을 혼자 감당하는 소나무에서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꿋꿋
새해 아침 동네 산에 오른다.직장의 동료와 친구들로 어울려서 하던 해맞이를 예년과 달리 금년엔 단출한 가족끼리 하기로 했다. 예보된 우리 동네의 일출시간이 7시34분이라 7시 전에 삽짝을 나선다. 산을 등진 서향마을이라 새벽이 꼬리를 남기고 있다. 산 초입에 이르니 서릿발이 밟힌다. 참으로 오랜만에 밟아본다. 발밑에서 스러지는 감촉과 서걱이는 소리가 정겹다
얼마 전에 스웨덴의 세계적 가구업체 이케아의 한국 내 판매 가격이 다른 나라에서 팔리는 가격보다 많게는 50%까지 비싸게 책정된 일로 눈총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더 웃긴 것은 이케아의 판매 담당 매니저가 이런 문제에 대해 지적을 받자 이렇게 말한 것이다. "(한국에서 제품 가격을 정할 때) 다른 나라에서 얼마에 판매 되는지 비교하지는 않는다.
바쁜 일상이다. 바빠도 너무 바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럴수록 정신 차리기 어렵고 온전한 내가 보이지 않는다. 나를 돌아 볼 여유가 없으니 남인들 제대로 보일까. 가끔 무서운 속도로 반격하는 시간 속에 허물어진 나를 발견하곤 깜짝 놀란다. 잘 다듬어지고 규격화된 인간의 틀 속에 매뉴얼화 된 가상의 인격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스마트한 것처럼 보여도 너 나
지금 '현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순간이냐! 가령, 이리도 저리도 못하는 절박한 때에 어째서 우리들은 지금을 그냥 끌고 가는 것일까? 작게는 자기 몸에서도 이러한 일에 굴복하고 있거니와 세상의 위압감에서도 대처해야 할 일을 자만하거나 몰라하고 무사 안일한 일상은 아닐까? 이러한 심적 갈등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시각각으로 날아오는 외적 침입에 대해
Those who do not learn from history are doomed to repeat it(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그걸 반복한다).'어떤 사람이 숲속을 가다가 화살을 맞았다."아니,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 이럴 수가?" 이렇게 비탄과 실망에 젖어 있을 때 두 번째 화살이 날아와서 그는 맞아 죽었다. 첫 번째 화살
도시락의 첫 기억은 어머니가 학교 가는 형들의 점심을 담아 부뚜막에 나란히 올려놓은 것이다. 아침 밥상 곁에서 김이 모락모락나는 도시락을 보며 나도 언제 상급학년이 되어 저 도시락을 먹어보나 하며 부러워했던 기억이다. 어느 순간 상급생이 되어 보자기에 책과 함께 도시락을 싸서 삽짝을 나서며 의기양양했던 기억도, 도시락 먹을 점심시간의 기다림과 넷째시간 마침
지난 1월 영국을 다녀온 나의 영국에 대한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영국인은 돈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판다.' 영국은 듣던 대로 고색창연했다. 수백 년이 지난 멋진 건물하며 동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오래된 집들, 아무데나 카메라를 들이대면 바로 그림엽서가 탄생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건 멋진 겉모습이고, 안으로 들어가면
지난 여름 이어진 폭염에 밭작물들은 물을 흡족하게 대주지 못해 타들어갔다. 특히 물 관리 대비되지 않은 고추농사 농가의 안타까움은 농사아비가 아니더라도 이해가 가리라고 생각한다. 이곳 거제도 농촌마을은 여름철 밭 작물로서 대개 고추, 콩, 그리고 참깨를 심는다. 어느 작물이나 비가 흔해도 역병에 약해지지만 수분이 모자라는 가뭄은 생장과 결실에 바로 직격탄이
가을 산을 다녀왔다. 숨을 헐떡이며 산 정상까지 올라 바라 본 단풍은 아름답다 할 밖에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다.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환호도 지르고 자신의 폐를 갈아엎기라도 할 듯 들숨과 날숨을 격하게 반복한다. 자신이 오른 산길을 훑어보며 저 먼 길을 걸어서 올라 온 자신의 인내에 감탄하기도 하고, 힘들었던 가픈 숨을 단숨에 풀어 버린다. 절로 일상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요즘 신나는 뉴스를 접한 지 오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를 볼 때마다 무슨 당의 누구와 누가 치열하게 정치 공세를 하고, 경제가 침체 됐니, 주가가 하락을 하니 마니,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해야 한다 못하것다, 북한이 포를 쐈니 어쩌니 등 뭐 하나라도 내 눈을 반짝이게 만드는 기사는 눈 씻고 찾아도 안 보이는 것 같다. 아침저녁으로
"우리가 산다는 것은 이 우주가 벌이고 있는 생명의 잔치에 함께 하는 일이다."-법정지구 표면에서의 자전 속도는 시속 1500Km.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이렇게 빠른 속도로 돌고 있는 지구 표면에 우리는 붙어서 살고 있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일 년에 한 바퀴 도는 공전 속도는 시속 10만Km라고 한다. 이 속도가 상상이 되는가? 이
가을이 깊어져 간다. 깊어지는 계절 따라 진중한 음악회나 전시회로 감성의 물결에 푹 빠지고 싶다.이리 생각하니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저런 공연과 전시회로 마음의 씻김과 새로운 기운들을 전해준 지역의 문화와 예술의 산실인 '거제시문화예술회관'과 메세나란 단어가 떠오른다.메세나(Mecenat)란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활동을
꽃의 눈빛으로 서로 마주보며 환한 웃음 모여 깊고 깊은 속 이야기들하루가 삼년이란들 새 살 돋아 더욱 아플 줄이야팽목항 굽이굽이 하늘 손길 어루만져. 물길도 가슴가슴 부여잡는데 이제 그만, 한 물결로 손을 잡고 .파고드는 푸른 숨결꽃봉오리들의 청순한 짙은 향기 팽목항 물 위를 걷는 사람의인(義人)은 오고 있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를 승선해 숨진 350
풀벌레 우는 가을이다. 텔레비전을 끄자 풀벌레 우는 소리가 방 안 가득 찬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나 차 소리에, 또는 경망하기 짝이 없는 텔레비전 소리에 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풀벌레 소리를 잊을 뻔 했다.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그저 이명 같은 계절의 소음이었을 그 소리에는 평소에는 들리지 않는 작은 풀벌레들의 속삭임도 있다. 그 소리가 클래식 음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