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칼럼위원

▲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옛날 중국 변방에 한 노인이 있었는데 어느 날 노인이 기르던 말이 도망을 쳐 오랑캐들이 사는 국경 너머로 가버렸다. 당시에 말은 대단한 재산이었기 때문에 노인은 큰 손해를 입게 됐다. 마을 사람들이 노인을 위로하자 노인은 정말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이것이 또 복이 될는지 알겠소?" 하며 태연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후 도망갔던 말이 오랑캐의 좋은 말을 데리고 노인의 집으로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은 참 잘된 일이라며 모두 축하했지만 늙은이는 "이 일이 또 화가 될지 누가 알겠소?"라며 별로 달가워하지 않고 오히려 걱정을 했다. 그리고 며칠 후 노인의 아들이 말을 타다가 떨어져 다리를 크게 다쳐 절름발이가 됐다.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위로하자 노인은 "또 이것이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얼마 후 나라에 큰 전쟁이 일어나 모든 젊은이들이 다 전쟁터로 징발돼 죽거나 오랑캐에게 끌려갔지만 노인의 아들은 절름발이였기 때문에 전쟁에 나가지 않아 무사할 수 있었다. 이 노인의 말(馬) 때문에 길흉과 화복이 반복돼 일어나는 것을 우리의 인생사와 비교해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塞翁之馬)'라는 말이 생겨났다.

내가 밀양에서 변호사 일을 하던 시절, 폭력배들의 세력 다툼 과정에서 다른 집단의 두 명이 살해되었다. 그런데 그 두 명은 다른 한 명의 동료와 같이 한 달 전에 다른 형사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한명은 실형을 받아서 교도소에 계속 수감됐고 두 명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석방되고서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결국 살해된 것이다. 그러면 그 전에 받은 집행유예는 과연 좋은 일이었나? 아니었나?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도시락 반찬으로 그 집의 부를 평가했다. 가장 부자는 소고기 장조림을 반찬으로 가져왔는데 전교 650명 중에서 대개 20명쯤 돼 모두들 그들을 부러워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오늘 그 20명 중 제대로 그만한 부를 누리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잣집 아들로서 어릴 때부터 고생을 모르고 살다가 성인이 된 후 세상이 바뀌면서 이런저런 사업을 한다고 하다가 다 망해버렸다. 그렇다면 어릴 때 부잣집 아들이 나중에 보니 사실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다.

아놀드 슈와르츠네거는 어릴 때 허약해서 운동을 시작했고 그 이후 세계 최고의 근육질 사나이가 됐다. 선천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의외로 일찍 세상을 하직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건강을 믿다보니 과음·흡연 등으로 건강을 돌보지 않기 때문. '골골백년'이라 하듯이 몸이 약한 사람은 언제나 조심하고 과음과 흡연을 피하다보니 오래 사는 것이리라.

초·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우리나라는 70%가 산이라서 경작지가 부족해 좋지 않다고 배웠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러한 산이 없었다면 엄청난 난개발로 인해 우리의 환경이 엉망진창이 되지 않았을까? 산이 많아서 얼마나 좋은 점이 많은가! 많은 사람들이 등산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고 산이 있기에 홍수와 태풍을 막아 준다. 산을 뚫어서 터널을 만드는 기술은 한국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산이 많았기 때문에 북방에서의 수많은 침입을 막아내기에 더 쉬웠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평지였다면 한반도에서 한민족의 국가로서 존재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이를 공격하기에는 너무나 힘들다. 이것은 남쪽 일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이렇게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좋다고 크게 기뻐할 일도 아니고 나쁘다고 낙심할 일도 아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언제나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내가 살아있으며 이 대지를 걷고 있고 이 모든 자연과 인간들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한다면 이 모든 인간만사는 깊은 바다의 표면에 치는 작은 파도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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