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 김미광 거제중앙고 교사
나는 동양피스톤의 회장 홍순겸이다.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이 있었을 때 경기도 안산에 사는 우리 회사 직원 황 모 씨가 자신의 딸이 세월호에 탑승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딸을 찾기 위해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평생을 일해 온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세월호에 탑승한 딸을 찾으려면 회사에 출근할 수 없으니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울먹였다.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하루아침에 자식을 잃은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애가 타겠는가. 나는 그의 사표를 얼른 받을 수가 없었다. 

"딸을 잃은 아비의 심정을 내가 어찌 다 이해할 수 있겠소, 회사는 걱정하지 말고 딸을 찾은 후에 다시 이야기합시다."

나는 총무과에 얘기해서 그 직원이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그에게 매달 월급을 지급하도록 했다. 세월호에서 딸을 잃은 직원에게 당연히 이 정도 배려는 해주어야 하고, 내 직원의 딸이면 내 딸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그가 얼마나 있다 회사에 돌아오든지 나는 기다려 주기로 했다.

우리 회사는 지난 7월 '월드클래스 300기업'으로 선정되었으며, 지난 9월에는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로부터 '일하기 좋은 뿌리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직원들이 회사에 충성하니 이직률이 0.5% 내외로 아주 낮다. 회사에서 2년 이상 다니고 있으면 누구든지 자녀 두 명까지는 한 명당 6개월에 180만원 학자금을 지원해 주고, 직원들이 적금 10만원을 넣으면 회사가 10만원을 적금에 보태준다. 이러니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 두는 직원이 없다.

사실 나는 황모씨의 사직서를 모른 척 받을 수도 있었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절에 직원 한 명이 스스로 그만둬 준다면 오히려 반색할 일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직원들이 내 일처럼 성실하게 회사 일을 해주어서 내가 이만큼 일어섰는데 어려운 일을 당했다고 직원을 내쳐버리면 누가 나를 위해 일을 해주겠는가.

나는 조모 대한항공 부사장이다. 나는 소위 황금 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으로 초등학생이 되기 훨씬 전부터 주위의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것이 남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대학과 대학원은 외국에서 다녔고 결혼하고 아이 출산은 본의 아니게 하와이에서 쌍둥이를 출산했는데 세간에서는 의도적 원정출산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지만 좀 억울한 면이 있다.

사람들은 땅콩회항사건으로 내게 비난을 쏟아붓지만, 나는 대한항공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선보여 세계적으로 비빔밥의 인기를 높이는데 한몫했고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을 현대화시킨 기내식을 개발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지난해 뉴욕에서 우리 회사 항공기 1등석을 탔다. 나는 지금은 대한항공 부사장이지만 한때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부 부본부장이었던 사람이라 기내에서 서비스하는 모든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평소에 그렇게 훈련을 시키고 누누이 서비스 순서를 숙지하도록 이르고 손님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하도록 일렀건만 오너일가이자 부사장인 내가 탑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묻지도 않고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내놓는 것에 너무 화가 나서 한 소리했다.

세계 최고의 항공사가 되려면 이런 작은 점부터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비행기를 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 좀 심한 부분이 있지만 징계는 그 자리에서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나는 회사의 모든 부분을 책임지는 부사장으로 당연히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사회 여기저기서 '갑질'이라고 비난하니 어쩔 수 없이 밀려 사과는 하지만 나는 내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내가 잠시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고 나의 사건은 조용히 묻힐 것이고 나는 다시 대한항공으로 돌아가 경영권을 인수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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