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옛날 중국 변방에 살던 노인이 말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이 말이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아 이웃 사람들이 와서 위로를 했는데 이 노인은 담담히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며칠 후 집나간 말이 다른 말 한 마리와 함께 돌아왔다. 이웃 사람들은 또다시 와서 축하했고 여전히 노인은 잔잔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 노인의 아들이 새로 온 말을 너무 좋아해 매일 타고 다니다가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져 병신이 됐다. 이웃 사람들이 와서 위로했지만 이번에도 노인은 무덤덤하기만 했다. 그 무렵 전쟁이 일어나 모든 젊은이들이 징집돼 전장에서 죽었다. 이 노인의 아들은 징집이 면제돼 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이것이 이른바 '새옹지마' '변방 노인의 말' 이야기로, 살다보니 정말 깨우침을 주는 경구임을 점점 더 깨닫게 된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이는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가 처음으로 발표했는데 작은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는 컴퓨터를 사용해 기상현상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커져서 결국 그 결과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40대에 한 시골 지역에서 변호사로 일할 때의 일이다. 그 지역 같은 조직에 속하는 폭력배 3명이 폭력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았는데 두 명은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나고 한 명은 실형을 받아 계속 수감돼 있었다. 그런데 그 두 명은 석방 직후에 다른 조직의 습격을 받아 사망했고 그 수감 중인 한 명은 무사하게 됐다. 그렇다면 당시 실형을 받은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내가 아는 변호사 중에 그 당시 명문인 부산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 있다. 그 동기생 700여명 중에 대입 예비고사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10여년이 지나 고교 동창회에 가봤더니 그 놈팡이 대입 예비고사 탈락자가 높은 사람들이 앉는 단상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아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그 놈팡이는 재수를 하면서 절치부심 노력해 이류 대학의 듣도 보도 못한 학과에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했더니 그 학과가 마침 국내에 유일무이해 교수도 쉽게 됐고 그 분야의 한국 최고 전문가로 자리잡아 대기업의 이사까지 됐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보라. 부산상고에서 성적이 모자라 은행 입사도 못하게 돼서 열심히 공부해 변호사가 됐고 인권변호사로 고생하다가 청문회 스타와 몇 번의 낙선, 그리고 대통령, 자살….

새옹지마, 나비효과가 얼마나 잘 들어맞는 경우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우리도 모르는 순간순간 수많은 새옹지마와 나비효과가 일어나고 있을 터이다. 그 많은 순간순간이 다 합해져서 결국 내가 이 순간 살아있다는 엄청난 결과가 일어났다.

그러니 지나간 일 중에서 좋지 않은 일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나에게 욕을 하고 모욕을 주고 사기를 치고 고통을 준 모든 사람들과 순간들과 사건들이 합쳐져서 '나의 지금 이 순간 생존'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살아있는 순간순간이 다 스트레스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변방 노인처럼 담담히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눈에 우선 좋게 보이는 것이 결국은 나쁜 것으로 귀착이 되고 눈에 우선 나쁘게 보이는 것이 결국은 좋은 것으로 낙착이 된다. 또 이런 일은 기적이 아니라 일상다반사다. 한편 생각하면 좋은 것 나쁜 것도 다 우리의 분별심일 뿐이다. 변방에서 담담히 바라보니 지금 이 순간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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