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 매체에는 대한항공 세 여자들의 패악에 관한 얘기로 넘쳐난다. 패악질의 갑중의 갑인 이명희씨의 행동을 보면서 분노를 느끼다 못해 어떻게 저런 인격의 사람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공사의 안주인일까 하는 의구심까지 든다.
보통사람은 그렇게 화를 내고 악을 쓸 일이 없는데 어떻게 내노라 하는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아무에게나 화를 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지 알 수가 없다. 영상에서 본 그녀들은 돈이 많고 가진 것이 많다고 해서 모두 행복하고 너그러운 것은 결코 아니며 많이 가졌다고 인격까지 고상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오랜 교직생활을 한 경험으로 비춰 보건대 이 정도의 행동은 결코 한 세대만에 이뤄진 결과물은 아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대로부터 내려왔거나 할머니·어머니 대에서부터 배워온 갑질 행동의 결과이고 무의식중에 돈이면 그 누구에게 소리를 지르고, 때려도 해결할 수 있다는 돈의 위력을 악용하는 아주 몹쓸 학습의 결과인 것이다.
가장 황당한 것은 그들의 생활용품이나 밥상에 올라오는 식재료까지도 현지에서 철철이 조달하고 해외지사에 지시해 가장 좋은 제철과일을 고르도록 몇 번이나 되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과일을 담는 상자가 마음에 안 든다며 상자까지도 다른 것을 보내도록 지시한 것이다. '대한'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우리 국민이 주고객인 항공사를 운영하면서 우리말을 못 알아듣는 필리핀 가정부를 불법으로 고용하고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줬다하니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허울 좋은 개소리인 것이다.
그들 주변의 사람들이 그들의 패악과 저질적인 행동을 참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돈의 힘이다. 고용 당하는 입장에서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어지간하면 참았을 것이다. 더럽고 아니꼬와도 가장(家長)이라면 참아야 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견뎠을 것이다. 하지만 참는데도 한계가 있고 돈으로도 어찌하지 못하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것이 있다.
그들은 그 존엄성과 자존심마저 짓밟은 인간들이다. 돈이면 무엇이나 다 되고, 다 눌러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어렸을 적부터 봐 왔을 것이다. 어미가 그렇게 사람을 대하는 것을 보고 자란 딸들도 그 어미처럼 직원들에게 버럭 화를 내고 무릎을 꿇리고 따귀를 날렸을 것이다. 모전여전(母傳女傳) 현장학습의 결과다.
그들이 저지른 패악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적 망신을 당한 것을 생각하면 매우 짜증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그들이 책임을 져야한다. 이제 막 세계 시장에 우리나라의 이름을 알리고 문화적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는데, 졸부가 꼴값하는 것처럼, 후진국에서 갑자기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가 문화적으로는 아직도 후진국인 것처럼, 우리나라의 미성숙한 재벌의식을 온 천하에 보여준 꼴이 됐다. 우리를 단번에 도매금으로 넘기고 정신적 후진국으로 국격을 낮춘 그들을 쉽게 용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 그 소식이 전해졌을 때 외국에 있는 친구가 전화를 했다. 이게 사실이냐고, 뭐 이런 일이 다 있냐며 한국인이라고 말하기가 창피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나는 더 화가 났다. 이제는 정말 더 이상 돈의 위력으로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갑질을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조현민이 처음 물컵을 던져서 인터넷에 떴을 때 대한항공 측에서는 한동안 대응을 하지 않았다. 가만 있으면 다른 사건에 묻혀 사그라질 것으로 본 것이다. 이것은 갑질 모녀들이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진정 좀 달라지기를 바란다. 시간이 지나 잊히고 관심사에서 멀어져 어영부영 묻혀버리는 것, 그게 더 심각한 것이다.
이제 그들이 더이상 돈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기를 간절히 사법부에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