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이제 나는 영어로 된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 '전쟁과 평화'라는 제목처럼 이 책읽기는 나에게 전쟁 또는 평화가 될 수 있다. 1358P…. 이달 내에 평화 조약을 이루기를 희망한다. 4월15일쯤 이렇게 시작한 '전쟁과 평화'는 5월3일인 지금 거의 마무리 돼간다.

1985년 나는 대학 도서관에서 영어로 된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사법시험 1차 과목으로 들어있던 영어는 자신 있던 과목, 공부 하지 않아도 좋은 점수가 나왔다. 그러나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나는 하루에 한 시간씩 이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순간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며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이런 소설을 평생 동안 읽고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게 주어진 현실은 '평화'가 아니라 '전쟁'이었다. 가족을 부양하고 몰락한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 했다. 그 해에 나는 사법시험에 운 좋게 합격하고 1988년에 변호사로 출발해 지금까지 마치 전쟁을 치르듯 살아왔다. 그 변호사 일이 몇년 전부터 공증으로 바뀌면서 평화시대에 접어들었고 그 때 못다 읽은 이 책을 다시 읽을 수 있을 만큼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톨스토이는 이 소설에서 전쟁 속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묘사한다. 1805년 나폴레옹의 지휘 아래 유럽을 석권한 프랑스와 러시아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청년 공작 안드레이는 영지에 은둔하고 있는 아버지와 여동생 마리야에게 임신한 아내를 맡기고 전쟁터로 출발한다.

안드레이의 친구로 유학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피에르는 모스크바에서 손꼽히는 재산가의 사생아로서 아버지의 전 재산을 상속받고 단번에 사교계의 중심 인물이 되었다. 안드레이는 생명력이 넘치는 젊은 아가씨 나타샤에게 강하게 끌리고 두 사람은 무도회에서 다시 만나 얼마 뒤에 사랑하는 사이가 돼 약혼하지만….

중심이 되는 사람은 나타샤인데 톨스토이가 추구했던 생명 긍정 사상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천진난만하고 조금의 거짓도 없으며 항상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안드레이의 '내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를 떠올리기만 해도 인생 전체가 새로운 빛에 둘러싸인 듯하다'는 고백. 나타샤는 러시아 문학이 창조한 가장 생기발랄하고 매력적인 사람이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고 '평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70여년이 지났으니 평화가 당연한 듯 보이지만 언제나 전쟁의 위험은 있는 것이니. 특히 몇달 전 북·미 사이의 전쟁 위협을 생각해보라.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이제 서울의 봄과 같은 평화 무드는 갓 입대한 아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사랑하는 석돌이,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너의 편지를 받았다. 어떤 값비싼 선물 보다 반갑다. 훈련도 잘 받고있고 배치도 좋은 곳에 선정됐다니 아빠는 정말 기쁘다. 훈련 받는 순간순간을 즐겁게 지내봐. 마치 농구나 테니스 연습을 하듯이, 똑같이 몸을 움직여 힘쓰는 것이지만 운동과 훈련은 얼마나 차이가 나니? 결국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이지.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 지금 있는 그곳이 바로 진리(깨달음)의 세계이니." '절대 현재 참사람' 언제 어디서 어떤 일 속에서도 늘 진실하고 주체적이며 창의적인 주인공으로 살아가면, 그 자리가 최고의 행복한 세계라는 가르침이다.

어떤 사람이 직장에서 일한다. '내가 겨우 이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려고 이렇게 힘들게 일해야 하는가?' '내가 이렇게 좋은 일을 즐겁게 하는데 월급까지 주다니…' 이 두 가지 태도는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어떠한 태도로 살아갈지 결정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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