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작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돈이 급하니 300만원을 빌려주면 일주일 안에 갚으리라는 것이었다. 이런 경우 나의 원칙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보아서 마음속으로 받지 않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만 빌려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100만원을 빌려줬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서 여러번 시도해 보았지만 아예 연락두절이었다. 당시에는 아깝지 않을 금액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아까울 뿐만 아니라 괘심하기 짝이 없다.

대응방법을 생각해봤다. 민사 또는 형사소송을 제기한다. 경찰서에 사기죄로 고소한다. 집이나 다니는 교회로 찾아간다. 동창 밴드 등 인터넷에 올린다. 그러나 귀찮고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그만한 돈으로 굳이 그렇게까지 그를 괴롭혀서야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다 포기했다.

만일 이 친구가 갚기로 한 날에 나에게 먼저 연락해 '친구야 정말 미안하다. 기약은 못하지만 돈이 생기면 꼭 갚을게'라고 얘기했다면 내 마음이 얼마나 편해졌을까? 그리고 돈은 잃었지만 친구를 잃지는 않았을 것인데….

어떤 이가 석가모니를 찾아왔다.
"저는 하는 일 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습니다."
"네가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저는 아무 것도 없는 빈털털이라 남에게 줄 것이 없습니다."
"아무 재산이 없더라도 줄 수 있는 일곱 가지는 있느니라."

그 일곱가지 중 첫째는 화안시(和顔施)로 얼굴에 화색을 띠고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남을 대하는 것이다. 둘째는 언시(言施)로 말로써 얼마든지 베풀 수 있으니 사랑의 말, 칭찬의 말, 위로의 말, 격려의 말, 부드러운 말을 하는 것이다.

셋째는 심시(心施)로 마음의 문을 열고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고, 넷째는 안시(眼是)로 호의를 담은 눈으로 대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신시(身施)로 몸을 사용해 돕는 것이고, 여섯째는 좌시(座施)로 자리를 내줘 양보하는 것이며, 일곱째로 찰시(察施)는 상대의 속을 헤아려서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평소 틈만 나면 남을 헐뜯고 중상모략 하고 남의 단점을 술자리 안주로 삼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은 그보다 더 나은 사람임을 표현하려는 마음일까.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본다. 평소 나의 언행은 어떠한가? 부처의 '무재칠시'를 잘 실천하고 있는가? 유재칠시는 또 어떨까? 재산이 있어 남에게 밥을 사주는 등 베풀면서 또한 부처의 칠시를 몸소 실천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천냥 빚을 지기도 한다.

'여리박빙(如履薄氷)'이라는 말도 있다. 엷은 얼음을 밟듯이 처세에 조심하라는 말이다. '시경(詩經) 소아편(小雅篇)'의 '소민(小旻)'이라는 시(詩)에 '감히 맨손으로 범을 잡지 못하고(不敢暴虎), 감히 걸어서 강을 건너지 못한다.(不敢憑河). 사람들은 그 하나는 알고 있지만(人知其一), 그 밖의 것은 전혀 알지 못하네(莫知其他). 두려워서 벌벌 떨며 조심하기를(戰戰兢兢), 마치 깊은 연못에 임하듯 하고(如臨深淵), 살얼음을 밟고 가듯 하라(如履薄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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