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보다는 예화로 종종 쓰이는 이야기가 있다. 영국의 어느 장군이 전쟁에서 참패하고 동굴 속에 숨었다. 전장에서 죽지 못한 것이 치욕스러워 자살하려고 하던 차에, 마침 동굴의 입구에 매달린 거미 한 마리가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바람 때문에 번번이 실패했다. 헤아려보니 일곱 번 만에야 성공했다. 장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난 겨우 한 번 실패했다!"사람은 누구나 실패한다. 아이는 걷기 위해서 수없이 넘어진다. 넘어지면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일어서야 걷는 법을 배운다.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 한다면 영원히 걸을
하는 짓이 막돼먹은 사람을 보고 "저놈, 상(쌍)놈이네" 한다. 그런데 더 심하면 "저놈, 진짜 상(쌍)놈이네"라고 한다. '진짜 상(쌍)놈'을 줄이면 '진상'이다. '상놈 중의 상놈'이라는 뜻이다. 본래 술집 종업원 사이에서 돈깨나 있는 졸부들이 주사나 부리면서 종업원을 깔보는 족속을 가리키던 은어로 이미 80년대에 생겨난 말이다.진상손님을 요즘은 '손놈'이라 한다. 무례한 손님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이런 손놈은 고객이 왕이라는 흘러간 옛노래의 프레임에 묶여 왕짓하려고
한자어의 객(客)은 우리말로 '손'이다. 지금이야 손이 온다 해도 접대가 어렵지 않아 별로 걱정이 없지만, 못살았던 시절에는 대단이 신경쓰이는 존재였다. 오면 반갑고 좋지만 손 치는 게 두려웠다.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가장 두려워했던 천연두를 '손님'이라 불렀고, 우리생활에 해를 주는 귀신이 '손'이기 때문에 이사는 손 없는 날 했다.손의 높임말이 손님이다. 손님 중에서도 '무례한 말과 태도로 필요 이상의 요구를 하거나 억지 부리는 행위 또는 그런 사람
사과가 세상을 바꿔 놨다.고맙게도 창세기 때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 먹은 덕택에 신도 인간도 아닌 어정쩡한 경계인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는 완전한 인간화가 이뤄졌다. 그 선악과가 과연 어떤 열매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르네상스시대 화가들은 선악과를 사과로 표현했다.서양문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쓴 그리스의 작가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다. 트로이 전쟁의 발발은 '파리스의 사과'에서 시작된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바다의 여신 결혼식에 초대받지
1970년대 동양방송에서 방영한 미국 ABC 드라마 '6백만 불의 사나이'는 최고의 인기였다. 미국 과학정보국(OSI)은 위험도가 높은 작전을 수행할 사이보그(인조인간)을 만들 계획을 세운다. 때마침 우주비행사 스티브 오스틴은 사고로 양쪽 다리와 한쪽 팔, 한쪽 눈을 잃는 불구가 된다. OSI의 오스카 골드먼 국장은 오스틴 대령을 초능력 인간으로 재탄생시킨다.시속 100㎞를 달릴 수 있는 다리는 놀라운 점프 능력까지 갖췄다. 한쪽 팔은 자동차도 번쩍 들어올릴 수 있는 불도저급 근육이고, 눈은 뚜뚜뚜뚜 하는 소리와 함께
1.4후퇴 때 한 기업인이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을 갚으러 갔다. 그러자 창구 직원은 이 난리통에 피란이나 가라고 했다. 그래도 돈을 갚고 난 후에야 피란길에 올랐다. 제주도에서 군부대에 생선을 납품하는 사업을 할 기회를 얻었지만 돈이 없어 사업자금 융자를 신청하기 위해 은행에 찾아갔다. 그런데 그 은행장이 1.4후퇴 때 만난 그 직원이었다. 신용만으로는 대출이 어려울 때 무담보로 2억원을 융자해 줬다. 한국유리공업회사 설립자 고 최태섭(崔泰涉·1910∼1998)회장의 실화다.프랑스 루이24세 때 재무장관을 지낸
윤선도는 대나무를 노래하기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라고 했다. 그럼 바나나는 나무일까 풀일까? 키가 커서 나무일 것 같지만, 파초과 식물에 해당하는 거대한 풀로 거기서 열리는 열매가 바나나다. 이 무더위에 냉장고에서 차게 만든 수박은 여름과일로는 으뜸이다. 그런데 수박은 씨 때문에 먹기 귀찮다. 하지만 바나나는 씨가 없으니 좋다.바나나라고 본래 씨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까만색의 씨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 먹지 못할 정도였는데, 우연히 돌연변이로 씨가 없는 바나나를 무더기로 발견하게 됐다.
전원주택을 꿈꾸는 사람들 중에는 그림 같은 양옥집에 고급 벽난로를 놓고 싶어 하거나, 또는 군불을 지글지글 때놓고 누울 수 있는 온돌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벽난로와 온돌. 이 둘은 서양문화와 한국문화의 대표성을 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벽난로는 열과 연기를 굴뚝으로 바로 내보내는 '선불'방식이지만, 온돌은 열과 연기를 눕혀서 기어가게 만든 '누운 불' 구조다. 그 과정에서 연기는 내보내고 열은 가두어 두었기 때문에 우리는 불을 밟고, 서고, 깔고 앉을 수 있는 구들문화가 우리 생활의 관습과 규범에
'온돌'의 순 우리말은 '구들'이다. '구운 돌'이라는 뜻이다. 돌을 굽었다는 것은 불의 사용과 관련이 있다. 인류가 불을 처음 사용한 시기는 적어도 142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불을 집안으로 끌어 들인 것은 신석기시대였다.신석기시대는 농사와 더불어 움집을 짓고 정착하기 시작한다. 움집은 원형 또는 사각형으로 땅을 파고 가운데 기둥을 세운 다음 지붕을 덮은 집이다. 이 움집의 한가운데에는 불을 피우는 화덕이 있었다. 반지하 가옥인 움집에 설치된 화덕으로 따뜻하기는 했지만 매운 연
속담에 '순임금 독장사'라는 말이 있다. 순(舜)임금은 중국의 삼황오제의 마지막 군주다. 흔히 선대 임금인 요(堯)와 함께 '요순시대'라고 하면 태평성대의 대명사로 여긴다. 이런 임금이 독장사라니. 순임금이 세상물정을 알아보려고 독장수가 되어 깨진 독을 지고 다니며 "깨진 독 사시오"하고 사실대로 말했더니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똑 같이 깨진 독인데도 거짓으로 "성한 독 사시오"하고 외치자 아무런 의심 없이 독을 사갔다는 데서 유래된 말로, 사람을 속여 이익을 취한다는 '기인취
이팝나무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시집온 며느리가 있었다. 어느 날 시어머니가 내주는 쌀로 제삿밥을 짓게 됐는데 친정이 워낙 가난해 시집 올 때까지 한 번도 쌀밥을 지어 본적이 없었다. 쌀은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 밥물은 얼마로 잡아야 하는지 제삿밥이 잘못될까봐 걱정이었다.그래서 조심조심 밥을 짓다가 뜸이 제대로 들었나 보려고 밥알을 몇 개 떠서 먹어봤는데 공교롭게도 그때 시어머니가 보고 말았다. 시어머니는 '제삿밥을 몰래 퍼먹은 년'이라며 못사는 친정까지 들먹이며 구박했다. 견디다 못한 며느리는
가수 조영남이 불렀던 '모란동백'은 자신의 장례식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라고 했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 나 어느 변방에 /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 나를 잊지 말아요.'1930년 정지용·박용철 등과 함께 '시문학' 동인을 통해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시작한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매우 유명하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미론의 조각상 '원반 던지는 사람'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남자의 울퉁불퉁한 근육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왜 나체일까? 고대 올림픽 때 그리스 남성들이 알몸으로 경기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당시 그리스는 도시중심 국가였는데, 경기의 공정성을 위해 옷을 벗고 경기를 하면 어느 도시사람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또다른 설로, 처음에는 '페리조마'라는 샅바 비슷한 천을 허리에 걸쳤는데, 그 끈에 밟혀 위험하기 때문에 아예 나체경기로 바꿨다는 주장이 있다. 또는 스파르타 출신 아킨토스가 장거리 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상이라면 아마 노벨상일 것이다. 그만큼 권위 있는 상이지만 그 중에서 유독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문학상이다. 작년만 해도 미국인 가수 밥 딜런이 수상했는데, 그가 쓴 노랫말 가사가 시적이고 또한 책도 내고 했으니 문학상이 타당하다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본업이 가수인데 웬 문학상이냐고 납득할 수 없다는 문학계의 반발이 심했다.1953년 영국수상 윈스턴 처칠의 노벨문학상은 지금까지도 최대 오점으로 여기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하면서 종전을 가져오게 한 공로로 처칠에게 평화상을 주려고 했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 사망'이라는 기사가 떴다. 언론에서는 '더 많이 죽이는 방법을 개발해 돈을 번 죽음의 상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실은 노벨 형의 사망을 신문사의 실수로 오보한 것이다. 노벨은 그 기사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렇잖아도 다이너마이트가 전쟁에서 파괴와 죽음의 도구로 쓰이는데 대해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인류를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하여 노벨상을 설립하게 된다.다이너마이트의 발명은 화학과 물리학이 기초가 되니 상(賞)이 있어야 할 것이고, 이로 인해 많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난 4월27일 오후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와의 첫 만남도 이뤄졌다. 리 여사는 이날 오후 6시18분 판문점 평화의집에 도착, 건물 입구에 마중 나와 있던 김 여사와 인사를 나눴다.'남북정상회담 후 신문에 난 기사내용이다. 여기서 주목돼야 할 부분이 '여사(女史)'라는 경칭이다. 사전상의 뜻은 '결혼한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성 여(女), 벼슬아치 사(史)의 여사(女史)는 글자에서 보듯 여성의 벼슬이름이다. 고대 중국에서 후궁을 섬기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매우 이성적이라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남의 얘기나 의견에 이리저리 쓸려가는 '귀가 얇은' 팔랑귀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따라서 남의 말에 허약하다는 데 착안한 여론조작은 선거의 중요 전략 중의 하나다.춘추전국시대 증자(曾子·기원전 506~436)는 본명이 증삼(曾參)으로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大學)'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증삼이 어렸을 때 이야기다. 하루는 이웃집 사람이 달려와서 증삼의 어머니에게 "삼이가 사람을 죽였습니다"고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증삼의 어머
엄격한 의미에서 '살아있는 생물체는 먹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명제는 두 번 말할 필요가 없는 참(眞)이다.로마의 웅변가 시세로의 친구였던 시인 폰포뉴스 아틱스가 중병에 걸려 죽게 됐을 때 사위 아그립바와 자신의 친구 몇을 불러 놓고 "이왕 죽을 바에는 더이상 고통을 받지 않고 빨리 죽기로 결정했네. 모두 찬성해주기를 바란다"며 그날부터 음식을 끊고 단식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단식이 오히려 유효해서 병이 나아 버렸다.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잘 됐다고 기뻐하자 아틱스는 "인간은 어차피 한번은 죽을 것인데 그때 고통 없는
보석 중에서는 가공하지 않고 형태 그대로를 사용하는 유일한 보석이 진주(眞珠·Pearl)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주의 상징은 순결·청순·사랑·부귀·젊음을 나타내며, '비너스의 눈물' '달의 눈물' '조개의 눈물'이라는 극찬의 은유적 표현을 붙인다. 그러나 예전에는 '눈물'이라는 말 때문에 결혼식 예물로 기피됐으나, 지금은 다이아몬드의 화려함 보다는 조개의 아픔이 없어서는 만들어질 수가 없다는 점에서 신부의 순결함&m
사돈이라는 말은 남녀가 혼인한 경우 두 집안 사이의 부모들끼리 또는 항렬이 같은 사람들끼리 부르는 호칭이다. 그런데 사돈(査頓)의 사(査)자는 뗏목을 가리키고, 돈(頓)은 머리를 꾸벅거린다는 뜻인데 글자만 가지고는 어원의 개연성을 찾기 어렵다.고사에 따르면 사돈이라는 말은 중국 중원 땅에 주(朱)씨와 진(陣)씨 성을 가진 두 가문이 살았다. 그래서 마을이름도 주진촌(朱陳村)이었다. 이들은 대대로 혼인을 맺었고, 주씨 집의 어른 이름인 사(査)와 진씨집안 어른 이름인 돈(頓)을 합쳐 사돈지간(査頓之間)이라고 했다. 당나라 천재시인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