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의 객(客)은 우리말로 '손'이다. 지금이야 손이 온다 해도 접대가 어렵지 않아 별로 걱정이 없지만, 못살았던 시절에는 대단이 신경쓰이는 존재였다. 오면 반갑고 좋지만 손 치는 게 두려웠다.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가장 두려워했던 천연두를 '손님'이라 불렀고, 우리생활에 해를 주는 귀신이 '손'이기 때문에 이사는 손 없는 날 했다.

손의 높임말이 손님이다. 손님 중에서도 '무례한 말과 태도로 필요 이상의 요구를 하거나 억지 부리는 행위 또는 그런 사람'을 '진상손님'이라 한다. '진상'이라는 낱말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엔 등록돼 있지 않고, 사용자들이 직접 어휘의 뜻을 더하거나 고칠 수 있는 사용자 참여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 그렇게 등록돼 있다.

'진상(進上)'은 고려시대 관민(官民)이 왕실과 국가의 제사 때 예물을 바치던 것이었는데, 조선시대 와서는 국가의 절일과 경사 때 중앙과 지방의 책임자가 왕에게 축하의 뜻으로 토산물을 바치는 일을 말한다. 토산품뿐만 아니라 귀한 물건, 이를테면 오래된 산삼처럼 특산품이 생기면 군왕에 대한 충성의 표시로 자진해서 바치기도 했다. 윗사람을 기쁘게 한다는 소박한 충성심이라는 본래의 의미가 슬슬 변질되면서, 나라에서는 어느 지방에는 어떤 물건이 좋으니 바치라는 강제성을 띄게 된다. 그러면 지방관리는 얼씨구나 잘됐다 싶어, 마치 세금 거두듯 백성들에게 강제징수하거나 수탈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먹고살기 힘든 백성들에게는 진상품을 바치라는 관가의 무리한 강요를 받으면 머리를 쩔쩔 흔들 수밖에 없다. 진상은 고달픈 백성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일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손님 중에서도 피하고 싶은 손님을 일컬어 '진상손님'이라 표현한다. 다른 설도 있는데 조선의 신분체계는 사농공상이었는데 그 중에 가장 수준이 낮은 상인들을 상놈이라 불렀고, 그 중에도 막대 먹은 진짜배기 상놈이라는 뜻으로 진상(眞商)이라고 불렀다는데 이는 좀 억지스런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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