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을 꿈꾸는 사람들 중에는 그림 같은 양옥집에 고급 벽난로를 놓고 싶어 하거나, 또는 군불을 지글지글 때놓고 누울 수 있는 온돌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벽난로와 온돌. 이 둘은 서양문화와 한국문화의 대표성을 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벽난로는 열과 연기를 굴뚝으로 바로 내보내는 '선불'방식이지만, 온돌은 열과 연기를 눕혀서 기어가게 만든 '누운 불' 구조다. 그 과정에서 연기는 내보내고 열은 가두어 두었기 때문에 우리는 불을 밟고, 서고, 깔고 앉을 수 있는 구들문화가 우리 생활의 관습과 규범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벽난로는 의자와 짝을 이루지만 온돌은 좌식에 알맞은 구조다. 우리는 방에서 앉거나 누워 등으로, 엉덩이로, 배로, 온 몸을 비비며 산다. 이런 접촉행위가 나와 내 집을 하나로 묶어주고, 방바닥에 털퍼덕 주저앉아 여유를 즐긴다. 그래서 벽난로가 있는 양옥의 창문은 높지만 한옥에서는 창이 방바닥에 바짝 붙도록 낮게 만들어 놨다. 온돌방 아랫목에 이불을 깔아두면 여간해서 식지 않았다. 거기에 밥그릇을 넣어두면 늦게 들어오는 식구들에게 따뜻한 밥을 줄 수 있는 보온역할도 했다.

아랫목과 윗목의 온도차는 대류현상을 발생시켜 방을 쾌적하게 만든다. 뜨거워진 구들장과 황토에서 뿜어져 나오는 원적외선도 좋지만, 이불 속에 들어간 몸은 따시고, 머리는 서늘하니 두한족열(頭寒足熱)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아랫목은 누구나 앉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방안에서는 아랫목과 윗목을 구분하여 아랫목은 어른들의 자리로 공경과 예절의 공간이고, 윗목에서는 삶은 고구마를 먹으며 들었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는 몇 번을 듣고 들어도 재미있었다.

온돌은 불을 때야하는 수고로움 때문에 편리하지는 않지만 살기에 편안한 곳이었다. 우리 민족은 구들 위에서 태어나 구들 위에서 죽었다. 그래서 온돌을 한민족의 모태요 자궁이라고 말한다. 이제 벽난로는 거실의 장식품이 되어 버렸고, 정통 구들식 온돌은 우리 생활에서 멀어지면서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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