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이라는 말은 남녀가 혼인한 경우 두 집안 사이의 부모들끼리 또는 항렬이 같은 사람들끼리 부르는 호칭이다. 그런데 사돈(査頓)의 사(査)자는 뗏목을 가리키고, 돈(頓)은 머리를 꾸벅거린다는 뜻인데 글자만 가지고는 어원의 개연성을 찾기 어렵다.

고사에 따르면 사돈이라는 말은 중국 중원 땅에 주(朱)씨와 진(陣)씨 성을 가진 두 가문이 살았다. 그래서 마을이름도 주진촌(朱陳村)이었다. 이들은 대대로 혼인을 맺었고, 주씨 집의 어른 이름인 사(査)와 진씨집안 어른 이름인 돈(頓)을 합쳐 사돈지간(査頓之間)이라고 했다. 당나라 천재시인 백거이(白居易)가 이 이야기를 듣고 주진촌을 방문해 보니 과연 현인군자들이 사는 곳이라 감탄하여 '서주의 고풍 현에 주진이라는 마을이 있네. 이 마을에는 두 성(姓)밖에 없고, 그들은 대대로 서로 혼인했네'라고 쓴 시가 아직까지 전하고 있다.

다른 어원으로는 몽골어에 일가친척을 뜻하는 '사둔(sadun)'에서 찾는다. 원의 침입 이후 고려가 부마국이 되면서 몽골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일컬어 '사둔의 나라'라고 했는데,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고려사 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를 사돈이라는 말과 억지로 꿰맞추기도 한다. 고려 예종 때 원수 윤관(尹瓘)과 부원수 오연총(吳延寵)은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북정(北征)에서 돌아온 뒤에 사돈의 인연까지 맺었다. 두 사람은 종종 만나 수작(酬酌)을 즐겼다. 어느 날 윤관이 집에 술이 잘 익어 같이 나누려고 찾아가는데 마침 비온 뒤라 냇가에 물이 불어 건너 갈 수 없었다. 그때 오연총도 술을 가지고 윤관을 찾아오다가 냇가에 이르러 건너지 못하고 둑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냇가 나무등걸에 앉아 이편에서 '한 잔 드시오'하고 머리를 숙이면 저편에서 마치 술잔을 받은 것처럼 마시고 나서 잔을 내밀며 '한 잔 드시오'하고 머리를 숙이면 이번에는 이쪽에서 술을 마셨다. 이를 두고 '나무등걸(査)에서 머리를 숙인다(頓)'고 해 사돈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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