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시집온 며느리가 있었다. 어느 날 시어머니가 내주는 쌀로 제삿밥을 짓게 됐는데 친정이 워낙 가난해 시집 올 때까지 한 번도 쌀밥을 지어 본적이 없었다. 쌀은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 밥물은 얼마로 잡아야 하는지 제삿밥이 잘못될까봐 걱정이었다.

그래서 조심조심 밥을 짓다가 뜸이 제대로 들었나 보려고 밥알을 몇 개 떠서 먹어봤는데 공교롭게도 그때 시어머니가 보고 말았다. 시어머니는 '제삿밥을 몰래 퍼먹은 년'이라며 못사는 친정까지 들먹이며 구박했다. 견디다 못한 며느리는 뒷동산에 올라가 목을 매고 말았다. 그런데 이듬해 며느리가 묻힌 무덤가에 나무 한그루가 자라더니 하얀 쌀밥 같은 꽃을 피웠다. 마을 사람들은 이밥에 한이 맺힌 며느리가 죽어서 이밥처럼 생긴 꽃을 피웠다고 해서 이 나무를 '이팝나무'라 부르게 됐다.

다른 전설로는 조선을 세운 이성계가 토지개혁을 통해 서민들에게 쌀밥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고 해서 그를 기리기 위해 '이(李)밥나무'라 부른 것이 나중에 이팝나무가 됐다고 한다. 또 다르게는 이 나무는 입하(立夏) 무렵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입하나무'에서 이팝나무로 바꾸었다고 한다.

예전 입하 무렵이면 바로 보릿고개였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쳐다 본 나무의 꽃모양이, 윤기 자르르 흐르는 하얀쌀밥이 고봉으로 담겨 있는 밥그릇으로 보였을 게다. 배고픈 민초의 한이 서린 이름이 바로 '이팝나무'였다.

이팝나무와 비슷한 분위기를 주는 조팝나무가 있다. 꽃핀 모양이 튀긴 좁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흰빛이 너무 눈부셔 눈이라도 온 것 같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눈버들(雪柳)이란 낭만적인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보는 사람에 따라 이팝나무는 영어로 눈꽃(Snow flower)이고, 조팝나무는 신부의 화관(花冠·Bridal wreath)으로 부른다.

이팝나무든 조팝나무든 배고팠던 시절에 보이는 것마다 밥과 연관시킨 우리의 슬픈 한이 서린 꽃들이다. 배고픈 것만큼 슬픈 일이 또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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