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보다는 예화로 종종 쓰이는 이야기가 있다. 영국의 어느 장군이 전쟁에서 참패하고 동굴 속에 숨었다. 전장에서 죽지 못한 것이 치욕스러워 자살하려고 하던 차에, 마침 동굴의 입구에 매달린 거미 한 마리가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바람 때문에 번번이 실패했다. 헤아려보니 일곱 번 만에야 성공했다. 장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난 겨우 한 번 실패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한다. 아이는 걷기 위해서 수없이 넘어진다. 넘어지면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일어서야 걷는 법을 배운다.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 한다면 영원히 걸을 수 없다. 유도라는 운동을 처음 시작하면, 남을 넘어뜨리는 기술을 먼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는 것부터 먼저 배운다. 하루 종일 무수히 넘어지기만 한다. 권투도 그렇다. 때리는 기술을 먼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얻어맞아도 견뎌낼 수 있는 체력부터 기른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사(GE) 사업부는 일반전구보다 50배나 수명이 긴 친환경 전구를 개발했지만 가격을 맞출 수 없어 시장진출에 실패했다. 개발팀은 해고당할지 몰라 불안했다. 그러나 회장은 실패했는데도 두둑한 상여금에 일주일간 휴가까지 줬다. 실패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새롭게 시작하라는 뜻이었다. GE를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킨 잭 월치 회장의 일화다. 인터넷 소매업체 마더네이처사는 간부사원을 채용할 때 특이한 조건이 있다. '지난번 직장에서 뼈아픈 실수를 경험한 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비슷한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며 매사에 심사숙고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두 가지의 실패가 있다. '필요한 실패'와 '있어서는 안 될 실패'다. 필요한 실패는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필연적으로 겪는 과정이고, 있어서는 안 될 실패는 알면서도 반복되는 실패를 말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봄 '지금 알고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컬(컬쳐)'이란 주제로 '실패사례 경진대회'를 열었다. 이는 실패를 혁신의 기반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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