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 '축 결혼' 화환이 즐비하고, 축의금 봉투에는 '축 결혼'이라 쓰고, 사회는 '지금부터 결혼식을 거행하겠습니다'하고 말한다. '결혼(結婚)'은 '혼인을 맺는다'는 말이다. 이때 '혼인(婚姻)'의 '혼(婚)'은 아내의 집이고 '인(姻)'은 남편의 집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글자적 해석으로는 아내의 집과 남편의 집 즉, 집안끼리의 만남일 뿐, 결혼 당사자인 처녀 총각을 말하지 않는다. 간혹 방송에서 나이 많으신 분
남원부사 변학도가 춘향이에게 수청을 요구하는 장면은 요즘으로 치면 전형적인 미투 깜이다. 관기는 관청행사 때 춤과 노래를 담당하는 예능이 주임무였기 때문에 수령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여자의 정절을 뺏을 수는 없었다. 춘향은 이몽룡과의 혼인으로 비록 관기의 적(籍)에서 빠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변사또가 춘향을 소환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미 월매가 관노비로 그 자식 또한 거기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관탈민녀설화'란 갑의 위치에 있는 관리가 을의 위치에 있는 여자의 정절을 빼앗으려는 이야기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밤에 피리 불면 뱀 나온다, 누워서 밥을 먹으면 소가 된다, 밤에 거울을 보면 귀신이 따라온다, 문지방을 밟으면 복 나간다 등 이런 속설을 어려서부터 듣고 자라온 탓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고 산다. '간판을 거꾸로 달면 장사가 잘 된다'는 말을 믿고 장사가 안되면 간판을 거꾸로 달기도 하고, 전셋집을 내놓을 때 전단지를 전봇대에 거꾸로 붙이기도 한다. 실제로 중국인들의 식당에 가면 복(福)자를 거꾸로 붙여 놓은 것을 볼 수 있다.재미든 악의든 그럴듯하게 지어낸 말을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된 이야기를 가리켜
전북 익산지방을 여행하게 되었다. 관광안내도에 1929년에 지어진 'ㄱ자형 두동예배당'이 소개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ㄱ자의 꼭지점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마루가 나누어져 있는데, 강단을 바라보아 왼쪽은 남자, 오른쪽은 여자신도들이 앉는 자리였고, 그 사이 기둥에 휘장을 쳐 남녀가 서로 볼 수 없게 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학교에는 남자반과 여자반이 따로 있었고, 교회에도 강단을 향해 오른쪽에는 남자들이 앉고, 왼쪽에는 여자들이 앉아 예배를 본 기억이 눈에 선하다.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은 유교의 경서인
지금 우리 사회는 '나도 고발한다'는 미투(Me Too)운동이 각계각층으로 불꽃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업무·고용 등으로 인해 우월한 지위에 있는 남성이 위계와 위력을 사용해서 여성을 성추행이나 성폭행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자는 게 근본 의미다. 그러나 신분관계가 철저했던 조선시대에는 상전이 자기 집 여종을 범하는 일이 흔했지만 고발은 꿈도 꾸지 못했다.'세종실록'에 형조가 올린 상소에 '노비가 주인을 고발할 경우, 그 고발을 받지 말고 곤장 100대를 쳐서 3000리 밖으로 유배를 보내
비용(費用·cost)이란 물건을 사거나 어떤 일을 하는 데 드는 돈을 말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모든 것은 비용으로 환산된다. 그런데 요즘 교과서에도 없는 비용에 대한 신조어가 등장한다.'멍청비용'이라는 게 있다. 내가 바보짓을 해서 날려버린 비용이다. 영화표 예매해놓고 날짜를 착각해서 못쓰게 된 티켓, 아침 6시에 알람을 맞춘다는 게 오후 6시로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늦게 일어나 날린 택시비, 마트에 물건사려 가서 정작 필요한 것은 빼먹고 충동구매로 다른 것만 잔뜩 사와 뒤 늦게 후회하는 이런 것들
개띠의 나이대가 한둘이 아닌데도 유독 58개띠는 하도 많이 들어 고유명사처럼 되고 말았다. 왜 58개띤가?58개띠는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다. 이 어원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군대에 징집됐던 많은 젊은이들이 귀향해 부부가 재회하고, 전쟁 중에 미뤄졌던 결혼이 붐을 이룬다. 1946년부터 65년 사이에 미국 전체 인구의 29%에 해당하는 2억6000여만명의 어린이가 태어나면서 미국 사회의 신문화 주도계층으로 등장한다.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먼 옛날 천신(天神)에게는 열명의 아들이 있었다. 이들은 태양이 돼 하루에 한 사람씩만 나타나 세상을 밝혔다. 한동안 질서를 잘 지키더니 어느 날 장난기가 동해 열 개의 해가 동시에 나타나 지상의 생물을 괴롭혔다. 천신은 하늘나라 명궁 예를 불러 아름다운 부인 항아(姮娥)와 함께 지상으로 내려가 말썽꾸러기 열 형제를 혼내주라고 했다. 그러나 예는 다시는 이런 장난을 치지 못하도록 아홉 개의 태양을 활을 쏘아 떨어뜨렸다. 화살을 맞은 태양은 삼족오로 변했다. 그래서 고대문양인 삼족오는 태양을 상징한다.천신이 노해 예와 항아를 하늘로
섣달 그믐날 풍습은 지방마다 다르다. 그러나 어느 곳이든 공통된 것이 있다면 방이나 마당·부엌·외양간·변소 등 집안 구석구석에 밤새도록 불을 밝혀 놓고 잠을 자지 않았다. 그래야만 잡귀의 출입을 막고 복을 받는다는 도교(道敎)의 영향으로 생긴 풍속인데 이를 수세(守歲)·제석(除夕)·제야(除夜) 등으로 불린다.지금은 이런 습속이 거의 사라졌지만, 나이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말을 듣고, 쏟아지는 졸음을 참았던 기억이 있을
굴절된 지식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친일파 김윤식(金允植·1835~1922)이 죽었을 때 박영호 등 그들 동지들은 사회장(社會葬)으로 치르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나라를 망치게 한 사람을 어찌 사회장으로 할 수 있느냐며 반대여론도 비등했다. 회의 도중에 어느 사람이 김윤식을 가리켜 '그 개 같은 놈'이라는 극언을 해 장례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아무리 그래도 고인에게 그런 표현을 할 수 있느냐며 들고 일어나자 가만히 듣고 있던 월남 이상재(月南 李商在) 선생이 한마디 했다. "그래도 대접을
베네수엘라가 난리 났다. '남미의 이탈리아'로 불리는 아름다운 풍광과, 땅만 파면 돈이 되는 원유 매장량이 세계 1위였던 나라가 쓰레기통을 뒤져야 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물가상승률이 720%로 치솟고, 극심한 식품 난으로 굶주리자 서민들의 단백질 섭취를 위해 토끼 먹기 캠페인에 나서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토끼는 그 나라에서는 애완용 동물이다.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원유가격의 폭락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편 차베스(1954~2
사랑하는 남녀가 헤어지면서 "내 꿈 꿔"라며 작별인사를 한다. 그러나 잠을 자면서 꿈을 많이 꾸면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건강에는 좋은 인사법이 될 수 없다.사람마다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잠을 잔다. 그것도 무려 인생의 삼분의 일을 잠으로 보낸다. 인간의 기대수명이 백 년이라 한다면, 삼십 년 이상을 아무 의식 없이 보낸다. 우리가 깨어있을 때에는 주변의 사물을 인식할 수 있지만 잠을 잘 때는 얘기가 전혀 틀린다. 자는 사이에 비가 왔는데도 아침에 일어나서야 '어! 비가 왔네' 하고 그제야 안다. 잠든 이후에는
이누이트(에스키모) 족의 아버지와 아들이 늑대 사냥을 나갔다. 아버지는 날카로운 칼날에 피를 두텁게 발라 얼리기 시작했다. "아버지, 그러면 칼날이 뭉툭해져서 늑대를 잡지 못하잖아요?" 하자 아버지가 "피를 얼린 칼을 늑대가 잘 다니는 길에 꽂아두면 늑대는 피 맛을 보고 핥다가 혀가 얼어서 잘려 죽게 된단다." 늑대처럼 인간의 어리석은 행동을 경고하는 예화다.동명성왕이 부여에서 졸본으로 망명할 때 장자가 태어나면 일곱 모 난 돌 위의 소나무 아래에 있는 신표로 가져오면 아들로 하겠다며 칼을 둘로 나눠 한 토막은 숨기고 또 한 토막은
신라 22대 지철로왕(智哲老王)은 성은 김(金)씨로 64세라는 늦은 나이에 왕이 됐지만 많은 업적을 남겼다. '신라'라는 국호를 처음으로 사용했고, 권력자의 칭호였던 '마립간'을 중국식 '왕(王)'으로 고쳤다. 국가체제의 확립을 통해 중앙집권적 귀족국가로서의 통치체제를 갖추기 시작했다. 죽은 후 시호를 '지증(智證)'이라고 했는데, 시호제도는 이때부터 시작됐다.그런 왕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왕의 음경이 무려 한 자 다섯 치나 돼 좀처럼 배필을 얻기 어려웠다. 그래서 신하를 나
오래 전의 일이다. '무술회'라는 간판을 보고 유도나 태권도 같은 무술인(武術人)들의 모임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무술년(戊戌年)에 태어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늦게야 알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 무술년이 되돌아왔으니 그분들은 이제 환갑의 나이가 됐다.무술(戊戌)의 무(戊)는 천간의 다섯 번째로 음양으로는 양(陽)이고 오행으로는 흙(土)에 해당한다. 색깔은 노랑(黃)이며, 방위는 중앙에 속한다. 술(戌)은 12간지 동물 가운데 개이므로, 무술년은 우리 토종개 누렁이 곧, 황구(黃狗)다. 그러
한 농부가 포도나무를 심고 있었다. 그때 악마가 찾아와 자기도 함께 이 나무를 가꾸고 싶다고 해서 허락했다. 악마는 주인 몰래 양·원숭이·사자·돼지를 죽여 그 피를 거름으로 썼다.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열매를 맺었고 그 열매로 술을 만들어 마셨다. 탈무드는 이 이야기로 술 취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사람들이 처음 술을 마실 때는 양처럼 순하다. 그러나 조금 취하게 되면 원숭이처럼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게 되고, 또 조금 더 취하면 사자처럼 거칠어져서 아무한테나 시비를 걸고 싸움하려 든다. 더 취하
2004년 개봉된 '내 사랑 싸가지'라는 영화가 있었다. 백일 기념일에 연하 남친에게 채이고 돌아오던 하영(하지원)이 바닥에 있는 캔을 발로 뻥 찼는데 그게 하필이면 싸가지 형준(김재원)의 외제차를 상처내고 만다. 하영은 수리비 300만원을 갚기 위해 하루 3만원씩 100일간의 노비계약에 서명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코믹영화다. 나중에 수리비가 불과 만원이라는 것을 알면서 사건을 얽히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형준을 싸가지라 부르지만, 하영은 형준을 주인님이라 부르는 설정이 재미있다.'싸가지'는
연좌제(緣坐制)는 범죄인과 일정한 친족관계에 있는 자에게 연대책임을 지우는 제도를 말한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비행자식이 있으면 연좌의 1차 책임은 아버지가 져야 했다.아들이 죄를 지었는데도 그 아버지가 문중회의 또는 마을회의에 불려나가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식을 잘못 키워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용서를 구한다. 이를 만좌면책(滿座面責)이라 한다. 자식의 죄 때문에 아버지가 남우세 당하므로 그 아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벌이다. 거기서 면책되면 그날 밤중에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할아버지의 무덤이 있는 산으로 올라가 묘 앞의
'며느리 미우면 발뒤축보고 달걀 같다고 흉본다'라는 속담이 있다. 고부갈등을 잘 나타낸 말이다. 옛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밭에서 일을 하다가 며느리가 배가 아파 급히 볼일을 보고 시어머니에게 뒤를 닦으려고 콩잎을 좀 따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잖아도 아들이 장가가더니 청상과부인 엄마보다는 제 마누라만 챙겨 화가 났는데, 어디 감히 며느리 주제에 시어머니에게 심부름을 시키다니, 그래서 따준 잎이 잔가시 많은 풀이었는데 그걸로 밑을 닦은 며느리는 얼마나 아프고 쓰렸을까. 그 풀을 '며느리밑씻개풀'이라 한다.옛
아오모리현은 일본의 사과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곳이다. 1991년 초속 40m가 넘는 태풍이 불어 수확을 앞둔 사과의 90%가 떨어졌다. 사람들은 땅에 떨어진 사과를 보며 실망에 빠졌을 때 한 청년은 모진 태풍을 이겨내고 매달려있는 사과를 발견하게 된다. "이 사과는 거센 비바람과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는 행운의 사과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침 그때가 대학 입시철이었다. 그는 이 사과를 '합격사과'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 시작하자 전국적으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평소가격보다 10배 이상으로 팔려 수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