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띠의 나이대가 한둘이 아닌데도 유독 58개띠는 하도 많이 들어 고유명사처럼 되고 말았다. 왜 58개띤가?

58개띠는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다. 이 어원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군대에 징집됐던 많은 젊은이들이 귀향해 부부가 재회하고, 전쟁 중에 미뤄졌던 결혼이 붐을 이룬다. 1946년부터 65년 사이에 미국 전체 인구의 29%에 해당하는 2억6000여만명의 어린이가 태어나면서 미국 사회의 신문화 주도계층으로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하는데 그 중에서도 유독 1958년생(무술년 개띠)이 많다. 1955년부터 1957년 3년 동안 약70만 명의 아이가 태어났는데, 1958년 한 해 동안에 약 90만명이 태어나 베이비부머의 절정기를 이룬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이 1.26명으로 세계 224개국 중 219위며, 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는 최하위다. 그래서 제발 아이 좀 낳아 달라고 정부가 온갖 유인책으로 사정을 하지만, 베이비부머 시대에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덮어 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며 제발 아이 좀 적게 낳으라고 산아제한을 장려하던 시기다.

58개띠는 보릿고개를 아는 마지막 세대다. 어린시절 미국에서 보내주는 옥수수가루로 학교에서는 죽을 쑤어 배고픔을 면했고, 교실에는 60∼70명이 바글거리는 '콩나물교실'로도 수용을 못해 오전·오후반이라는 2부제 수업이 시행됐다. 중학교 입학은 무시험이었고, 고등학교는 소위 뺑뺑이로 배정 받으면서 진학률이 높아 대학입학 때는 예비고사가 최대 경쟁률을 기록한다.

유신정권의 몰락과 민주화항쟁에 학생으로 또는 넥타이부대로 참여했고, 궁핍했던 유년기를 거쳐 '한강의 기적'을 견인한 '월화수목금금금'세대였지만, 외환위기 때는 명퇴를 강요받는 불행을 겪었다. 그들이 올해 회갑을 맞았지만 정년연장의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말았다.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으며 치열한 삶을 살아온 사람, 그들이 58개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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