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부가 포도나무를 심고 있었다. 그때 악마가 찾아와 자기도 함께 이 나무를 가꾸고 싶다고 해서 허락했다. 악마는 주인 몰래 양·원숭이·사자·돼지를 죽여 그 피를 거름으로 썼다.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열매를 맺었고 그 열매로 술을 만들어 마셨다. 탈무드는 이 이야기로 술 취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사람들이 처음 술을 마실 때는 양처럼 순하다. 그러나 조금 취하게 되면 원숭이처럼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게 되고, 또 조금 더 취하면 사자처럼 거칠어져서 아무한테나 시비를 걸고 싸움하려 든다. 더 취하면 돼지처럼 추해져서 아무데서나 뒹굴게 된다. 술은 악마가 준 선물인 것이다.

포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풍요와 다산을 의미한다. 다닥다닥 붙어있기 때문에 우애를 뜻하기도 한다. 특히 성경에서는 가나의 혼인잔치 기적에서 포도주가 등장하고, 예수의 마지막 만찬에도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피로 상징화된다.

포도주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그리스의 신(神)은 디오니소스(Dionysos)다. 로마 신화에서는 바코스(Bacchos)인데, 피로해복의 대명사가 된 '박카스'는 이 용어에서 따왔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테베의 공주 세멜레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난 최초의 인물이 된다. 그러나 남편의 불륜만은 절대 참지 못하는 질투의 신 헤라의 박해를 피해 소아시아를 방랑하던 중 그곳 사람들에게서 포도재배와 포도주 제조법을 전수받아 이를 이집트를 거쳐 시리아, 나중에는 그리스 사람들에게까지 이 기술을 전파하게 된다. 그로 인해 디오니소스는 대지의 풍요를 주재하는 신이며 포도주와 관련해 술의 신이 된다.

지금까지 포도주는 7000여년 전인 B.C 5천 년대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이보다 빠른 8000년 전부터 사람들이 와인을 마셨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를 비롯한 국제공동연구진이 동유럽에서 신석기 시대 유물인 토기를 분석한 결과, 여기 함유된 물질이 와인 성분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술의 역사가 1000년 더 길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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