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가 난리 났다. '남미의 이탈리아'로 불리는 아름다운 풍광과, 땅만 파면 돈이 되는 원유 매장량이 세계 1위였던 나라가 쓰레기통을 뒤져야 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물가상승률이 720%로 치솟고, 극심한 식품 난으로 굶주리자 서민들의 단백질 섭취를 위해 토끼 먹기 캠페인에 나서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토끼는 그 나라에서는 애완용 동물이다.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원유가격의 폭락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편 차베스(1954~2013) 대통령의 '다 퍼주기' 포퓰리즘(Populism)이 자리 잡고 있다.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이름으로 병원 진료비 무료, 학교교육 무상, 거의 공짜에 가까운 주택보급, 국민 5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에게 생필품 원가 이하 분배 등 국민들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 덕에 차베스는 연임제한규정을 국민투표로 무산시키고 네 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부는 원유수출로 얻은 수입을 산업발전에 재투자하지 않았고, 국민은 국가가 펑펑 퍼주니까 일하려고 하지 않았다. 차베스가 암으로 죽고 니콜라스가 다음 대통령이 됐지만 공짜에 익숙해진 국민들의 불만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복지정책을 더 확대해야만 했다.

어떤 사람이 아침에 마을을 돌며 현관에 만원짜리 한 장씩을 두고 갔다. 집주인은 의아해 하며 돈을 쓰지 않고 뒀다가 주인에게 돌려주려고 한다. 그런데 한 삼일 계속되면 아무 거리낌 없이 그 돈을 자기 것처럼 쓴다. 그렇게 얼마가 지나면 일어나자마자 당연한 듯 돈 가지려 현관으로 나간다. 그러다가 어느 날 현관 앞에 돈이 놓여 있지 않으면 불평하기 시작한다. 공짜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공짜 앞에 장사 없다'는 우리 속담과, 유대인의 교육방법에 '자녀에게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는 말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복지정책은 이상 없는가?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