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의 일이다. '무술회'라는 간판을 보고 유도나 태권도 같은 무술인(武術人)들의 모임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무술년(戊戌年)에 태어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늦게야 알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 무술년이 되돌아왔으니 그분들은 이제 환갑의 나이가 됐다.

무술(戊戌)의 무(戊)는 천간의 다섯 번째로 음양으로는 양(陽)이고 오행으로는 흙(土)에 해당한다. 색깔은 노랑(黃)이며, 방위는 중앙에 속한다. 술(戌)은 12간지 동물 가운데 개이므로, 무술년은 우리 토종개 누렁이 곧, 황구(黃狗)다. 그러나 노랑은 황금을 상징하기 때문에 '황금 개띠'로 해석된다.

유기농 원료로 개 사료를 새로 개발한 회사에서 설명회가 있었다. 끝날 무렵 어느 기자가 질문했다. "그 사료를 사람이 먹어도 됩니까?" 했더니 "못 먹습니다" 하고 답했다. "왜 그렇죠? 사람이 먹지 못하는 걸 어떻게 개에게 먹입니까?" 하고 다시 따져 물었더니 그 직원 왈 "비싸서 못 먹습니다." 웃자고 한 이야기지만 듣고 나면 뭔지 씁쓸하기 그지없다. 개가 사람보다 대접받는 세상이니 황금 개띠라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

개는 우리 민속에서 잡귀를 쫓는 벽사(   邪)의 신통력을 가진 동물로 표현한다. 백구는 저승과 이승의 길 안내자로, 황구는 다산과 풍요를, 흑구는 집을 지키고 도둑을 막아주는 지킴이로, 호랑이 무늬 개는 사람의 수명을 늘이고 복을 준다고 믿었던 길상화의 소재들이다. 특히 집에 삽살개 한 마리쯤은 누구나 키웠는데 이는 '삽살개 있는 곳에는 귀신도 얼씬 못한다'는 속담처럼 저승사자도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개는 예로부터 충성심이 높고, 타인에 대한 헌신과 신뢰를 목숨처럼 여겨 한번 맺은 관계를 끝까지 배신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주장이 강하고 바른 말을 잘 하기 때문에 고집이 세보이고 까다로운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2018년이 시작됐다. '윤일광의 원고지를 보는 세상'을 애독하시는 모든 독자들에게 황금 개띠해의 행운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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