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이트(에스키모) 족의 아버지와 아들이 늑대 사냥을 나갔다. 아버지는 날카로운 칼날에 피를 두텁게 발라 얼리기 시작했다. "아버지, 그러면 칼날이 뭉툭해져서 늑대를 잡지 못하잖아요?" 하자 아버지가 "피를 얼린 칼을 늑대가 잘 다니는 길에 꽂아두면 늑대는 피 맛을 보고 핥다가 혀가 얼어서 잘려 죽게 된단다." 늑대처럼 인간의 어리석은 행동을 경고하는 예화다.

동명성왕이 부여에서 졸본으로 망명할 때 장자가 태어나면 일곱 모 난 돌 위의 소나무 아래에 있는 신표로 가져오면 아들로 하겠다며 칼을 둘로 나눠 한 토막은 숨기고 또 한 토막은 자신이 가지고 갔다. 나중에 아들 유리가 찾아와서 두 토막의 칼을 맞춰 보고 아들임을 확인했다. 그가 2대 유리명왕이다.

칼에 대해 헷갈리는 것이 검(劍)과 도(刀)의 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날이 양쪽으로 있는 것은 검이고 날이 한쪽에만 있는 것은 도라고 말한다. 그게 틀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맞는 것도 아니다. 정조의 명으로 이덕무·박제가 등이 편찬한 '무예도보통지'에 양날의 칼을 검(劍)이라고 하고 외날 칼을 도(刀)라고 기록돼 있다. 그 후 순조 때 편찬한 군사교범 '융원필비'에는 검은 자루가 짧고 날이 길며 칼집이 있으나, 도는 자루가 길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는 칼날보다는 손잡이가 주체가 된다.

검(劍)은 뾰족할 첨(僉)자와 칼(刀)로 이루어진 글자다. 또 도리깨 친다는 뜻도 있다. 도리깨는 농촌에서 콩·깨 등의 타작용 기구다. 검은 양쪽이든 한 쪽 날이든 도리깨질하듯 큰 동작으로 휘두르며 쓸 수 있는 전투용 긴칼을 뜻하기 때문에 생활도구에는 검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반면에 도는 기본적으로 외날 무기나 생활용구에서 출발한 칼이다. 포크는 검·나이프는 도라고 보면 된다.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육·해·공군 준장 진급자들에게 '장군의 상징'인 삼정검(三精劍)을 수여했다 삼정검은 본래 삼정도(三精刀)였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외날의 도에서 양날의 검 삼정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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