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피리 불면 뱀 나온다, 누워서 밥을 먹으면 소가 된다, 밤에 거울을 보면 귀신이 따라온다, 문지방을 밟으면 복 나간다 등 이런 속설을 어려서부터 듣고 자라온 탓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고 산다. '간판을 거꾸로 달면 장사가 잘 된다'는 말을 믿고 장사가 안되면 간판을 거꾸로 달기도 하고, 전셋집을 내놓을 때 전단지를 전봇대에 거꾸로 붙이기도 한다. 실제로 중국인들의 식당에 가면 복(福)자를 거꾸로 붙여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재미든 악의든 그럴듯하게 지어낸 말을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된 이야기를 가리켜 '도시전설'이라 한다. 도시전설의 특징은 누구나 믿을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 즉, 개연성은 갖고 있지만 진실이 증명되기는 어렵다. 한때 하수구에 흘러들어간 애완용 악어가 몸집이 거대해진 채 서식 중이더라는 도시전설이 퍼져 반신반의 하면서도 그런가 하고 여겼다.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역재생하면 '피가 모자라 배고파 배가 고파'로 사탄의 음성이 들린다는 걷잡을 수 없는 소문에 방송은 실험까지 하면서 실체를 증명하기도 했다. 천지에 네스호의 괴물을 닮았다거나, 황소머리를 한 괴수가 산다는 도시전설에 낚여 방송에서는 천지에 촬영까지 나간 일도 있다.

'김영삼 보름달 사건'은 악의의 도시전설에 속한다. 당시 김영삼 총재가 단식투쟁 중일 때 사전연락 없이 문익환 목사가 방문해서 보니 침대 옆에 보름달빵과 우유가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이걸 또 김구라는 확인도 없이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에서 씨부렁거려 일파만파 퍼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단식 중에는 수백 명의 경찰이 아무도 출입하지 못하게 지키고 있었고, 특히 정권의 눈에 난 문 목사 단독으로 방문한다는 그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사실은 간과해 버린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고 있는, '명복을 빕니다'라는 표현에는 고인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으므로 마침표를 찍으면 안된다는 것이나,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자면 죽는다, 혈액형에 따른 성격 등은 우리 모두가 낚인 도시전설에 속한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