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천신(天神)에게는 열명의 아들이 있었다. 이들은 태양이 돼 하루에 한 사람씩만 나타나 세상을 밝혔다. 한동안 질서를 잘 지키더니 어느 날 장난기가 동해 열 개의 해가 동시에 나타나 지상의 생물을 괴롭혔다. 천신은 하늘나라 명궁 예를 불러 아름다운 부인 항아(姮娥)와 함께 지상으로 내려가 말썽꾸러기 열 형제를 혼내주라고 했다. 그러나 예는 다시는 이런 장난을 치지 못하도록 아홉 개의 태양을 활을 쏘아 떨어뜨렸다. 화살을 맞은 태양은 삼족오로 변했다. 그래서 고대문양인 삼족오는 태양을 상징한다.

천신이 노해 예와 항아를 하늘로 돌아오지 못하게 했다. 마침 곤륜산 서왕모(西王母)에게는 3000년에 한 번 열리는 복숭아나무가 있었다. 장수의 상징인 동방삭(東方朔)도 서왕모의 천도를 훔쳐 먹고 오래 산 경우다. 천도로 만든 불사약은 신선이 될 수 있었다. 예는 하늘이 그리워 울고 있는 항아를 위해 어렵게 불사약을 구해 놓았는데 예가 집을 비운 사이 항아가 혼자 먹어 버렸다. 양이 많았던지 신선은 됐으나 하늘에는 가지 못하고 달까지 갔고, 몸은 서서히 두꺼비로 변했다. 달을 보면 계수나무 아래에서 옥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 두꺼비의 신화는 그렇게 생겨났다.

항아가 떠난 후 예는 제자들을 모아 활을 가르쳤다. 명궁의 솜씨에 이른 어느 제자가 스승만 없으면 자기가 활의 1인자가 된다는 생각에 복숭아나무로 만든 몽둥이로 스승을 후려쳐 죽이고 말았다. 예의 죽음을 슬퍼한 백성들이 성대한 장례를 치르고 예를 귀신의 우두머리로 삼았다. 귀신의 우두머리라 하더라도 예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복숭아나무였다. 아내 항아는 복숭아로 만든 불사약을 먹고 도망가 버렸고, 제자는 자기를 복숭아나무로 만든 몽둥이로 때려죽인 탓이다.

그래서 지금도 제사상에 복숭아가 올라가지 않고 무당이 귀신을 쫓을 때 복숭아나무 가지를 흔든다. 정월 대보름날 둥근 달 속에서 두꺼비가 된 항아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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