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에 '순임금 독장사'라는 말이 있다. 순(舜)임금은 중국의 삼황오제의 마지막 군주다. 흔히 선대 임금인 요(堯)와 함께 '요순시대'라고 하면 태평성대의 대명사로 여긴다. 이런 임금이 독장사라니. 순임금이 세상물정을 알아보려고 독장수가 되어 깨진 독을 지고 다니며 "깨진 독 사시오"하고 사실대로 말했더니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똑 같이 깨진 독인데도 거짓으로 "성한 독 사시오"하고 외치자 아무런 의심 없이 독을 사갔다는 데서 유래된 말로, 사람을 속여 이익을 취한다는 '기인취물(欺人取物)'의 뜻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거짓말이라면 독장사보다 정치인이 한 수 위다. N. 후루시쵸프가 '정치가란 시냇물이 없어도 다리를 놓겠다고 공약하는 사람이다'고 했다. 바른 정치인이라면 "나는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다해주겠다."가 아니라 "나는 여러분이 바란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라 생각합니다."하고 말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피 말리는 선거를 치르다보면 유권자에게 끌려 다니며 영혼 없는 약속도 할 수밖에 없다. 윈스턴 처칠의 회고록에 보면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14번 선거에 출마하여 싸웠는데 한 번의 선거는 사람의 목숨을 한 달씩 감수시킨다. 우리의 짧은 생애를 생각할 때 나의 생애 중 이러한 힘든 말싸움 때문에 14개월을 헛되이 보냈다고 생각하면 정말 우울해진다."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의 정치가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정사(政事)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공자는 '정(政)은 정(正)이다'고 했는데, 정치(政治)가 아니라 정치(正治)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여야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일자리 공약을 쏟아냈는데, 참 놀라운 일은 4월 우리나라 실업자 수가 116만여명인데,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만들겠다는 일자리를 모두 합하면 256만개에 달해 실업자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이러니 선거 때 쏟아내는 공약 상당수는 현실성 없는 선심성, 장밋빛 공약(空約)으로 매도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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