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론의 조각상 '원반 던지는 사람'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남자의 울퉁불퉁한 근육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왜 나체일까? 고대 올림픽 때 그리스 남성들이 알몸으로 경기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당시 그리스는 도시중심 국가였는데, 경기의 공정성을 위해 옷을 벗고 경기를 하면 어느 도시사람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또다른 설로, 처음에는 '페리조마'라는 샅바 비슷한 천을 허리에 걸쳤는데, 그 끈에 밟혀 위험하기 때문에 아예 나체경기로 바꿨다는 주장이 있다. 또는 스파르타 출신 아킨토스가 장거리 달리기 때 알몸으로 달려 1등을 거머쥐고 나서 그 다음부터는 다른 선수들도 발가벗고 뛰게 됐다는 등 여러 가지다. 남자들 경기를 여자들은 선수는커녕 구경조차도 금지됐다. 몰래 경기장에 숨어들었다가 들키면 크로노스산 절벽에 밀어뜨려 죽였다.

고대에만 그런 것이 아니고 현대에도 이란을 비롯한 중동의 이슬람 일부 국가에서는 축구경기를 여자들이 관람할 수 없다. 적발되면 투옥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들의 축구경기장 출입여부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여성이 다른 남자의 맨살을 보면 안된다'는 이슬람 율법과 경기관람 도중 여성의 히잡(머릿수건)이 벗겨질 수도 있고, 남성과 함께 경기를 보면 순결을 잃을 위험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1987년에야 비로소 이란 여성들은 TV중계를 통해 축구를 볼 수 있게 됐지만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남녀가 같이 TV화면으로 경기를 보아서는 안되고 집에서만 봐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1월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했지만 이란은 아직 허용하지 않고 있다. 며칠 전 가발과 얼굴에 턱수염을 붙이고 남장을 한 이란 여성들이 운동장에 앉아 있는 사진이 공개돼 이란 사회를 놀라게 했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처음 시작된 월드컵은 올해 제21회 러시아 월드컵까지 그 역사가 88년이 지났지만 중동에서는 단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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