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매우 이성적이라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남의 얘기나 의견에 이리저리 쓸려가는 '귀가 얇은' 팔랑귀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따라서 남의 말에 허약하다는 데 착안한 여론조작은 선거의 중요 전략 중의 하나다.

춘추전국시대 증자(曾子·기원전 506~436)는 본명이 증삼(曾參)으로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大學)'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증삼이 어렸을 때 이야기다. 하루는 이웃집 사람이 달려와서 증삼의 어머니에게 "삼이가 사람을 죽였습니다"고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증삼의 어머니는 "그럴리가 없습니다"하면서 거들떠보지도 않고 베짜는 일을 계속했다.

잠시 후 다른 사람이 달려와서 "삼이가 사람을 죽였습니다"하고 일러줬다. 증자의 어머니는 약간 미심쩍었지만 계속 베를 짰다. 그리고 잠시 후 또다른 사람이 찾아와 증자가 사람을 죽였다고 말하자 증자의 어머니는 베틀의 북을 던지고 일어나서 숨었다. 누구든지 한 사람만 더 와서 같은 말을 한다면 진짜로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고 의심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증삼과 이름이 같은 사람이 저지른 일을 잘못 알고 전해준 것이었다.

여론(輿論)이란 사회 구성원의 상당수가 특정 화제에 대해 표명하는 신념의 총체다. 곧 '사회 대중(public)'의 '공통된 의견(opinion)'을 말한다. 그러나 이것이 때로는 다수의 이익보다는 소수의 이익에 편승해 왜곡과 편견으로 대중을 오도할 잠재적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요즘 사회는 인터넷의 발달로 소셜 네트워크(SNS)를 통한 여론의 형성이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 2016년 미국 대선에서는 SNS를 통해 전파된 가짜뉴스가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었다.

여야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검사 법안 도입에 합의했다. 어떤 경우라도 여론이 권력에 의해 왜곡되거나 경제적·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보를 조작해 대중에 유포하는 일만은 철저하게 막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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