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세상을 바꿔 놨다.

고맙게도 창세기 때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 먹은 덕택에 신도 인간도 아닌 어정쩡한 경계인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는 완전한 인간화가 이뤄졌다. 그 선악과가 과연 어떤 열매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르네상스시대 화가들은 선악과를 사과로 표현했다.

서양문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쓴 그리스의 작가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다. 트로이 전쟁의 발발은 '파리스의 사과'에서 시작된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바다의 여신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하자 사과에 '가장 아름다운 자에게'라는 글귀를 쓰고 연회장에 흘린다. 세 여인의 암투에서 아프로디테가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선택된다. 그 선택의 선물로 심판을 맡았던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와 사랑하게 해준다. 스파르타 왕이 아내를 찾기 위해 벌린 전쟁이 트로이 전쟁이다.

스위스가 오스트리아의 식민지에서 벗어나게 된 것도 사과 때문이다. 여섯 살 난 아들의 머리에 사과를 얹어놓고 화살을 쏴야 했던 윌리엄 텔의 일이 있고 난 뒤 시민폭동이 일어나 스위스를 독립으로 이끈다. 17세기 네델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가 '내일 비록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은 너무 잘 알려진 명언이다.

과학에 있어 중력의 법칙 발견은 인류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뉴턴의 사과'가 있다.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사과다. 근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잔느는 평소 사과를 소재로 한 정물을 즐겨 그렸는데, 생전 약 110여점에 달하는 사과 그림을 그려 '사과의 화가'라 불린다. 2013년 5월 뉴욕 경매시장에서 세잔의 '사과'가 450억에 낙찰돼 화제가 됐다. 혁신과 융합의 상징인 '스티브 잡스의 사과'는 진정한 정보화 혁명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사과가 지구온난화 때문에 2030년대에는 주생산지가 강원도로 이동했다가, 2090년대에는 우리나라를 벗어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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