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중에서는 가공하지 않고 형태 그대로를 사용하는 유일한 보석이 진주(眞珠·Pearl)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주의 상징은 순결·청순·사랑·부귀·젊음을 나타내며, '비너스의 눈물' '달의 눈물' '조개의 눈물'이라는 극찬의 은유적 표현을 붙인다. 그러나 예전에는 '눈물'이라는 말 때문에 결혼식 예물로 기피됐으나, 지금은 다이아몬드의 화려함 보다는 조개의 아픔이 없어서는 만들어질 수가 없다는 점에서 신부의 순결함·고귀함·우아함의 매력을 가진 선물이 됐다.

가장 가치있는 진주는 빛에 비치면 은은한 무지갯빛이 도는 우윳빛으로, 조개와 같은 연체동물에서 저절로 만들어지지만 이는 매우 드문 일이다. 실제로 진주는 진주조개의 살 속에 우연히 어떤 이물질이 들어가서 그 이물질로부터 조개 살을 보호하기 위해 조개가 특수한 액체를 분비해냄으로써 생긴 것인데 이를 보고 모성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한다.

모파상의 단편소설 '진주목걸이'가 있다. 가난한 루와젤 부인이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친구에게 진주목걸이를 빌렸다. 그러나 불행이 파티에 너무 열중해 그걸 잃어버리고 만다. 하는 수 없이 새로 사서 친구에게 돌려줬다. 그리고 이를 갚기 위해 10년 동안 온갖 고생을 겪어야 했다. 허영심에 찬 루아젤 부인이 하룻밤의 만족을 위해 참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에는 너무 가혹했던 것이다. 빚을 다 갚고 난 뒤에 친구에게 자랑스럽게 고백했더니, 그 친구의 말이 자기가 빌려줬던 진주목걸이는 시중에서 파는 값싼 모조품이었다는 것이었다. 아직도 진짜가 아닌 가짜에 속아 허망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풍자하고 있다.

지난 4월17일, 미국 41대 대통령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모친인 바버라 여사가 92세를 일기로 별세한 영결식장에 참석한 추모객 중에는 가짜 진주목걸이를 걸 고온 사람이 많았다. 바버라 여사는 평생 수수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목에는 언제든 가짜 진주목걸이를 트레이드마크처럼 하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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