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지면서 벚꽃을 기다렸다. 순백의 목련과 하얀 벚꽃이 서로 닮았기 때문인지 목련을 바라보는 시선 끝에 걸린 벚나무 가지 때문인지 모르겠다.목련이 지고 얼마 뒤 벚나무에 연한 홍색의 꽃눈이 솟아났다. 처음엔 쌀 알 만큼이나 작았던 것이 점점 자라 콩알만 해지고 네일아트를 한 여인네의 손톱처럼 변하더니 이내 하얀 꽃잎을 활짝 터뜨리고 말았다.전날 저녁까지
옛날에 용맹한 장군이 있었는데 고승을 찾아갔다. 긴 칼을 차고 갑옷을 입은 그는 초라하게 생긴 노승에게 다가가 물었다."천당과 지옥은 정말 있소?""그대는 뭐하는 사람이요?" "나는 싸움에서 진 적이 없는 장군이오.""얼굴이 사납게 생겨서 부하들만 못살게 굴지 정작 적 앞에서는 벌벌 떠는 겁쟁이
우리의 마음들이 어디엔가 반영된 것이 오늘날의 이 시점의 현실이다. 우리들의 마음이 촛불로 태극기로 집결되는가 하면 직접적인 원인도 국민공동체로 살아오는 그날부터 있어온 지도 모른다.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사회의 모든 적폐(積弊)를 청산하는 염원을 생각하면 우리 모두가 온 국민이 죄인이라고 하는 자책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최순실, 고위 공직자,
상처를 기억하는 좋은 방법은 상처 주위를 자주 눌러 주거나 마음에서 아물지 못하고 멀어져 간 옛 사람을 자주 생각하는 것이다.모래알 품은 찬바람이 얼굴로 달려들어 눈 속에 몇 알을 남기고 사라진다. 한참동안 눈을 뜰 수가 없다. 눈동자를 움직일수록 고통은 더해지고 가만히 서서 눈물을 흘려 보는 수밖에. 흘린 눈물로 내 고통을 씻을 수밖에 없다.아픔으로 흘린
몇 년 전 이즈음 생전 처음으로 일본 큐슈에 가보았다. 아침에 후쿠오카에 도착하여 하까다 등 시내를 구경하고 신간센을 타고 나가사끼로 향했다.'…기차가 추르바르 하게스무니다'라는 안내방송은 우리가 우스개로 일본인이 하는 한국말을 흉내 내는 것과 꼭 같았다.난생 처음 와보는 일본의 거리는 한국과 비슷했고 사람들도 그랬다. 그러나 한
용서와 화해는 쉽지 않다. 이 경우도 신(神)만이 할 수 있는 사항일지 모른다. 그러나 항상 이런 일이 염두에 부딪혀서 누구나 고민과 고뇌와 의심을 하다가 끝내 증오심과 복수심으로 사리를 그르치고 마는 후회를 경험하기도 한다.작금 지도자 층에서 대의와 진로를 열어뤄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어느 모로 보나 오히려 사회적 편가르기에 앞서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하
아픔을 설정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의 어둠과 절망을 본떠서 그대로의 아픔이 아픔을, 진고름 터지며 앓는 원형의 절망과 어둠을 표현해 그대로 보듬을 수 있을까? 보듬어서 따뜻할까. 보듬어서 편안할까. 보듬는 아픔과 보듬어진 아픔은 계속 함께 할 수 있을까 참 궁금하다. 남의 마음과 모양을 흉내내어 얻어지는 이득이 누구에게 더 힘이 되는지 난 참 궁금하다.요
아잔 브라함은 영국 출신으로 캠브리지 대학에서 이론 물리학을 전공하여 학위를 받고 진정한 행복을 찾는 구도의 길을 떠나 승려가 되어 태국 숲 속에서 수행을 한다.그의 저서 'Who ordered this truckload of dung?(누가 이 똥 한 트럭을 주문했나?)'는 행복에 관한 소중한 영감으로 가득하다. 108가지 에피소드가 나오는
정유년 새해가 시작됐지만 어쩌다가 대통령의 신년사가 없는 나라가 돼 버렸다.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말미암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가 지난해 12월9일 국회에서 가결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고 결국 대통령의 대내외 공식 업무가 정지됐다.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귀추를 헌법재판에 맡기고는 있지만 국정의 차질과 사회·경제
강벼랑에 서 보라. 눈앞이 아찔하다. 지금까지 품어 온 모든 단어들이 벼랑 앞에 일시에 멈춘다. 뒤 따르던 바람과 향기, 무수한 생활의 상처들, 속으로 품었던 아름다운 시(詩)들, 얼키설키한 관계들이 순간 멈춘다.벼랑은 죽음 앞에 미리 설 수 있는 기회다. 무서운 속도로 살아 온 자신을 멈춰 볼 수 있고 벼랑 뒤로 물러 서기 전 가져온 병 짙은 마음들을 미
그녀의 최측근이었던 유명 여 작가가 "이 사람은 공주병에다가 정신은 유아 수준이다"라고 양심선언을 하고 그녀의 곁을 떠났을 때 나는 반신반의 했다. 그녀의 언어구사를 보면 그 말이 맞는 듯했다.그러나 그녀의 옆에 있는 그 똑똑한 여당의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이 그런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울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나의 바
난리 아닌 난리가 났다. 최순실의 국정개입이 가시화되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혔다. 언론은 국가와 대통령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펼친 최순실을 극악무도한 '국사범'으로 몰고 있고, 최순실과 관련된 주변인들과 그들의 행적을 하나씩 폭로하고 있다.그래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가해자로 또는 피해자로 언론에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노인이 돼 텃밭 가꾸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직업의 노후보다는 작업장이 농토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덜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농사지을 땅을 마련하는 것도 갖고 싶은 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우리나라 농가의 평균 소유경지는 0.3㏊(약 300평) 미만으로 극히 영세하기 짝이 없다. 평생 투병과 함께 농사를 해온 나는 작은 농토를 늘리지도 못했거니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로 온 나라가 들끓는 지금 무슨 한가한 바둑 이야기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이 두 중년여자에 대해서는 똑똑한 사람들이 충분히 잘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내가 더 거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우리 중 제일 나쁜 놈들이 정치를 한다' '착한 사람은 자기 자신만을 돌보고
힘써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이 많은 애타는 세상에서, 그냥 와서 어느 사이 곁에 앉아버린 것들이 있다. 되돌리기에는 너무 와버린 관계들이 그렇고, 버리기는 이제 아쉬울 각자의 위치에 대한 허망함이 가득 찬 요즘.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온갖 사건 때문에 상처 하나 없이 아파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힘과 힘만이 격하게 생존을 겨루는 사이 진실은 이미 중요하지
숨쉬기(호흡)가 인간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인 생명현상이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 흔히 하는 말로 숨 쉬고 산다고 한다. 말을 보탠다면 호흡이야말로 한정 없는 기쁨이다. 이미 다음 차례의 호흡에서 분명히 살아있게 된 삶의 실체와 확신을 보기 때문이다.우리들은 이러한 일을 늘 목숨 끝에 두고 소위 생명과 삶에 연연하기도 한다. 공연한 걱정과
제 아무리 인터넷에 공짜 뉴스가 넘쳐나도 뉴스는 돈을 받고 판매되는 상품이다. 왜냐하면 뉴스를 생산하는 저널리스트, 즉 저널리즘은 소비자인 독자들에게 '정보'를 판매하는 생산의 독점이 지속되기 때문이다.물론 정보(뉴스)의 가격은 결코 그 가치를 반영하고 있지 않지만 관례적으로 우리사회에서 정보의 가격은 제작자의 인지도, 즉 사회적 위상에 따라
'팸투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항공사나 여행업체가 관광상품이나 특정 관광지를 홍보하기 위해 여행사 또는 관련 업자들을 초청해 새로운 관광지를 무료로 시찰, 견학하는 여행을 뜻한다. 그런데 이 용어는 관광산업에만 한정돼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지난 9월2일 시사저널은 국내기업 H사가 8월 말과 9월 초 64개 언론사 출입기자들
스위스에서 금붕어를 한 마리만 키웠다가는 자칫 철창신세를 질 수 있다고 한다. 야생에서 떼로 몰려다니며 집단생활을 하는 금붕어를 어항에 홀로 가둬두는 것은 '동물학대'라는 것이 이유. 기니피그·앵무새 등도 단 한 마리만 키우며 동족과의 접촉을 제공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스위스에서 공식적인 동물 담당 변호사로 활동했던 괴첼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을 말할 때, 여기서 생명이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바른 생명은 곧 우리의 공동체적 삶이 된다. 내가 나로 돌아오는 일 곧 진아(眞我)로 가야함은 이것이 다름아닌 공동체의 삶이 아닐까? 진정한 삶의 불면은 다시 잘 수가 있다. 수면을 취하고 건강의 회복을 가능 하게하여 생활을 해낼 수가 있다. 잠(睡眠)의 길이와 한도는 사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