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칼럼위원

▲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그녀의 최측근이었던 유명 여 작가가 "이 사람은 공주병에다가 정신은 유아 수준이다"라고 양심선언을 하고 그녀의 곁을 떠났을 때 나는 반신반의 했다. 그녀의 언어구사를 보면 그 말이 맞는 듯했다.

그러나 그녀의 옆에 있는 그 똑똑한 여당의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이 그런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울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나의 바람은 다시 한 번 배신당했다. 그들이 몰랐다면 참으로 무능하고, 알았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무엇을 위한 배신인가? 그들의 권력욕 즉, 사리사욕을 위한 것이다.

"시국이 이렇게 혼란스러우니 기분도 나쁘고 잠도 오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고 법륜스님에게 물었다.

"왜 기분이 나쁜가? 얼마나 재미있나? 매일 새로운 사건이 펼쳐져 나오니 얼마나 재미있는가? 막장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다. 그리고 무엇이 혼란스러운가? 이것은 너무나 훌륭한 민주주의 교육의 장이고, 국민들이 각성할 수 있는 좋은 계기다. 또한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좋은 계기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고 했듯이 우선 좋아 보이는 것이 결국은 나쁜 것이 될 수 있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이런 시국도 마찬가지다. 이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나쁜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무리 엄중한 상황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농담 한마디를 할 수 있고 멋진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 농담에도 원칙이 있으니 이에 관해 최근에 본 어느 신문기사를 요약해 본다. 말놀이는 인간의 본능인데 요사이는 아재개그로 명명되고 있고 썰렁하고 유치하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지만 유쾌한 웃음을 자아낼 수도 있다.

"김밥이 죽으면 가는 곳은 김밥천국", 경북 성주에서 열린 사드 반대 집회에서 "나는 종북이 아니라 경북"이라고 외친 방송인. 풍자와 해학의 골계미가 미적 전통인 한국사회에서 이런 말놀이는 특히 애호되는데, 가끔은 반복과 남발로 인해 식상해지지만 아재개그에는 분명 매력이 있다. '세상에서 제일 지루한 중학교는 로딩중', '야채 중 가장 야한 야채는 버섯' 등등.

성적 농담이 주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못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이른바 '셀프 디스'라는 자기비하 유머다. '유머 강대국' 영국에서도 가장 유머감각이 탁월했던 정치인으로 꼽히는 윈스턴 처칠은 팔순을 넘겨서 "남대문이 열렸다"는 지적에 "굳이 해결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죽은 새는 새장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까요"라고 답했다.

자기비하 농담을 잘 구사하는 남성이 가장 섹시하다고 하며 안전하면서도 고차원적인 유머라 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 강자가 자기비하 유머를 구사하면 상대는 이내 무장 해제되며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외모비하를 많이 당했던 링컨 대통령은 유머감각으로도 유명했는데,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는 비판을 받았을 때 "제가 얼굴이 두 개라면 하필 이 못생긴 얼굴을 하고 있겠습니까?"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농담의 제1계명은 '위험부담이 낮은 클린 조크부터 시작하라'이다. 두번째는 '자기 자신을 희생시키는 살신성인의 유머를 구사하라'다. 자신을 높이고 상대방을 뭉개는 방식의 유머는 금기다. 그러나 겸손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인간의 인간적인 면모 중 하나이므로 '자뻑'도 종종 사랑스러울 수 있다. 세 번째는 '약자에 대한 조롱은 농담이 될 수 없다'이다. 네번째는 '농담의 순간, 웃을 수 없는 사람이 혹시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생각해보라'다.

유머의 기본 원리는 예상을 깨는 의외성이다. 배려와 감사의 마음이 느껴진다면 유머없이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진실된 유머는 머리에서 나온다기보다 마음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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