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칼럼위원
옛날에 용맹한 장군이 있었는데 고승을 찾아갔다. 긴 칼을 차고 갑옷을 입은 그는 초라하게 생긴 노승에게 다가가 물었다.
"천당과 지옥은 정말 있소?"
"그대는 뭐하는 사람이요?"
"나는 싸움에서 진 적이 없는 장군이오."
"얼굴이 사납게 생겨서 부하들만 못살게 굴지 정작 적 앞에서는 벌벌 떠는 겁쟁이로 보이네…."
그 장군은 크게 분노해 차고 있던 칼을 뽑아 들었다.
"이 땡중, 단 칼에 죽여 버리겠다."
그 순간 스님은 번개같이 큰소리로 외쳤다.
"이것이 바로 지옥이니라…."
장군은 순간 느껴지는 바가 있어 조용히 칼을 내려놓고, "죄송합니다. 제가 무례를 범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잔잔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천당이니라…."
부자 엄마가 10살쯤 되는 딸을 시골에 데려갔다.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부자로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를 깨우쳐주기 위해서. 일주일간 시골 체험을 한 후에 엄마가 물었다.
"그래, 이제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겠지?"
"네, 엄마."
"우리 집은 담장이 높아서 들어오기도 나가기도 힘든데 그들은 아예 담장이 없어서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하더군요. 우리는 마당이 좁은데, 그들은 온 들판과 산에서 다 마당처럼 뛰어놀 수 있더군요. 우리 집에는 개가 한 마리인데, 그들은 온 동네에 개와 소와 염소 등 많은 동물들이 친구였어요. 우리 집에는 작은 수영장이 있지만 그들은 큰 강에 가서 마음껏 친구들과 헤엄치며 놀더군요. 우리는 음식을 주지도 받지도 않지만 그들은 온갖 음식을 서로 나누며 즐겁게 지내더군요. 우리 집은 밤이 되면 텔레비전을 보지만 그들은 이웃과 만나서 밤하늘에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것을 보더군요. 우리 집이 얼마나 가난한지 이제야 알았어요."
성철 스님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했듯이 이 세상에 딱 좋고 나쁨이 있겠는가? 엄마가 볼 때는 자신이 부자였는데 딸이 볼 때는 시골 사람들이 부자다. 그래서 부자도 가난뱅이가 따로 있지 아니하다.
그러니 자신의 처지에서 가진 것에 만족하며 이를 감사하며 즐긴다면 다 부자가 아니겠는가? 시골에 살면서 도시를 갈망하고 도시에 살면서 시골을 갈망한다면 둘 다 가난뱅이이고, 그 반대이면 둘 다 부자다.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한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건강하게 사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나이 60이 가까워 오면서 몸에 문제가 생긴다. 치아 안쪽 어금니 사이가 벌어져서 음식물이 자꾸 끼인다.
심장은 튼튼하다고 여겼는데 이제는 가끔 박동이 규칙적이지 않다. 머리도 빠지고 색깔도 변한다. 문제가 생기니 문제없는 건강한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다. 심장이 제대로 뛰고 있으면 충분하지 아니한가? 그런데도 순간순간 욕심에 끌려가는 나 자신을 본다.
요가를 꾸준히 열심히 하고 있는 친구는 말한다. 60세 회갑이란 큰 의미를 가지는데 인간의 몸이 사용할 만큼 했으니 이제부터는 오직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돈·명예·권력에 자꾸 끌려가는 내 마음을 바로 돌려야 한다.
사람이 이 모든 것을 얻고도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인가? 마음을 바르게 해 사물의 긍정적인 면을 보고 밝고 즐겁게 살아간다면 건강도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