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칼럼위원

▲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스위스에서 금붕어를 한 마리만 키웠다가는 자칫 철창신세를 질 수 있다고 한다. 야생에서 떼로 몰려다니며 집단생활을 하는 금붕어를 어항에 홀로 가둬두는 것은 '동물학대'라는 것이 이유. 기니피그·앵무새 등도 단 한 마리만 키우며 동족과의 접촉을 제공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스위스에서 공식적인 동물 담당 변호사로 활동했던 괴첼의 저서 '동물들의 소송'. 동물에 얽힌 흥미진진한 사건들과 질문들을 담고 있다.

왜 고양이는 무릎 위에 앉히고, 생선은 프라이팬에 놓을까? 애완견을 동물실험 대상으로 사용하면 안 되지만 생쥐는 실험 도구로 써도 되는가? 원숭이 뇌 요리와 보신탕을 즐기는 사람들을 향해 인상을 쓰면서 참치 캔을 따내는 우리는 문제가 없는가? 안락한 일상을 보장하는 동물원의 견고한 울타리는 정말 동물을 위한 것일까?

나는 기억이 닿는 어린 시절, 4~5세부터 육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어머니는 몸이 약한 나에게 닭 곰국을 먹이려고 애썼고 나는 한사코 거부하려 했었다. 그 당시 나의 생각은 사람도 동물인데 같은 동물을 죽여서 먹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그 생각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까다로운 사람으로 비치는 것도 싫기에 '채식주의자' 대신에 '그냥 채식을 좋아한다.' 고만 말하고 육식의 장소에 가는 것도 크게 꺼리지는 않고 함께 나오는 부식을 집어 먹는다.

"기후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이며 가장 심각한 분야는 축산업이다. 인위적으로 배출되는 모든 온실가스 중 축산업으로 인한 배출 비중은 18%로 운송업으로 인한 배출 비중(13.5%)보다 높다."

채식이 좋은 이유는 단지 동물 애호와 종교적 철학적 윤리적 신념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무분별한 육식은 환경파괴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증명하듯이 올 해 여름은 정말 기록적인 더위여서 이대로 인간이 살아갈 만한 지구로 남아있을까? 나의 자녀와 그 자녀들에게는 어떨까? 하는 걱정이 된다.

최근 수십 년간 인구가 급증하면서 육류소비도 따라 급증했다. 미국·유럽·아시아에서도 축산업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지난 50년간 1인당 연간 육류소비량은 평균 47.6㎏으로 1970년 대비 9배 이상 증가했고, 세계적으로는 4배나 증가했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이 소 목장과 도살장 건축, 사료용 콩 재배지로 바뀌어 삼림의 탄소 저장 기능은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어 이런 토지 형질 변경이야말로 전 세계 농업부문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가장 큰 원인이다.

쇠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2만 리터의 물이 필요한데 토마토 1㎏을 생산하기 위해 110리터의 물이 드는 것에 비교해보라. 쇠고기 1㎏을 얻기 위해서는 10㎏의 사료가 필요한데, 가축의 사료로 공급되는 곡물이 제대로 분배된다면 식량난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축산 폐기물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땅에 뿌려지거나 방류되어 물과 땅을 오염시킨다. 분뇨에는 가축에게 투여된 항생제를 비롯해 각종 약물이 잔류해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환경오염은 인간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

육식인가 채식인가. 이제 나 자신의 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그리고 지구를 생각하는 식사로 전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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