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칼럼위원

▲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몇 년 전 이즈음 생전 처음으로 일본 큐슈에 가보았다. 아침에 후쿠오카에 도착하여 하까다 등 시내를 구경하고 신간센을 타고 나가사끼로 향했다.

'…기차가 추르바르 하게스무니다'라는 안내방송은 우리가 우스개로 일본인이 하는 한국말을 흉내 내는 것과 꼭 같았다.

난생 처음 와보는 일본의 거리는 한국과 비슷했고 사람들도 그랬다. 그러나 한국인 보다 훨씬 못 생기고 키도 작다. 그래서 그들은 잘 뭉칠 수 있어 큰 힘을 낼 수 있고, 한국인은 제 잘난 맛에 뿔뿔이 흩어지니 힘을 쓸 수가 없는가?

서양인은 일본을 '동양에서 유일하게 자신들과 견줄 수 있는, 아주 특별하고 신비한 동양의 섬나라'로 생각하고 다른 나라들도 모두 일본을 대단한 나라라고 생각하는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을  '발가락에 낀 떼 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한국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과장된 표현이고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인식은 사실 복잡하다고 할 것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태고부터 수많은 교류와 투쟁을 겪어왔겠지만 근세의 역사만 보면, 일본은 우리에게 엄청난 고통이었지만 또한 서양 문물의 창구역할도 했고 무역 상대국으로서의 중요성도 크다. 그러니 앞으로는 장점을 잘 살려 단점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잘 준비하면 되지 않겠는가?

일본은 독도를 '죽도' 즉 '다께시마'라고 부르면서 한국이 이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참으로 적반하장이다. 그들은 한반도 전체를 36년간이나 불법 점거하면서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는가? 그런 그들이 작은 암초 하나를 점거하고 있는 한국에 '불법 점거' 운운 한다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지 않은가?

'동해'와 '일본해'의 다툼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동쪽에 있다고 해서 동해라고 주장함은 좀 호소력이 없다고 본다. 서양 중심의 세계지도에서 보면 동쪽 끝에 있으니 그들이 동조할 수는 있겠지만 일본이나 하와이 입장에서 보면 서해가 아닌가?

그러니 동해를 고집하기 보다는 이 바다를 감싸고 있는 나라들 즉 일본, 한국을 묶어서 '한일해·Korea-Japan Sea' (대국 러시아는 이 작은 바다의 이름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또는 러시아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 '한일러해'가 어떨까?  아니면 '황해'처럼 그냥 색깔로서 '청해' 쯤으로 부름은 어떨까?

나가사끼의 평화공원으로 갔다. 두 번째로 원폭이 떨어진 곳…, 내심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놈들 나쁜 짓 많이 하더니 정말 호되게 당했구나….' 4개의 체험 증언 부스가 있었는데 그 중 한 개가 한국인 희생자들이었다. 거기에 귀 대어 들으니 경상도 말이 튀어나왔다.

"쓰러졌다가 정신이 조금 들어서, 고함을 질렀지. 내가 와 요서 이라고 있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원폭을 투하한 이유는 군수산업 기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우리 동포들 특히 일본에 가까운 경상도 사람들이 이곳에 끌려와서 죽을 고생을 하다가 영문도 모르고 실제로 죽어갔는가.

더 남쪽으로 내려가 구마모도에 이르렀다. '웅본', 한자로는 '熊本'이라고 쓴다. 아하 곰. 우리의 곰이 일본의 구마로구나. 그러면 '쓰시마'는 무엇인가? '시마'는 우리말의 '섬'. '쓰시마'는 '두 섬'이다. 지도를 보라 두 개의 섬으로 돼있다.

그런데 일본인은 이런 이야기를 싫어한다고 한다. 그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민족인가? 그들이 대륙에서 즉 한반도에서 오지 않았다면 어디서 왔겠는가?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