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칼럼위원

▲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로 온 나라가 들끓는 지금 무슨 한가한 바둑 이야기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이 두 중년여자에 대해서는 똑똑한 사람들이 충분히 잘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내가 더 거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우리 중 제일 나쁜 놈들이 정치를 한다' '착한 사람은 자기 자신만을 돌보고 나쁜 사람은 모든 사람을 돌본다'는 풍자가 딱 들어맞는 시점이다.

우리나라가 민주화됐다는, 아니 독재에서 벗어났다는 안이한 생각에 젖어있던 나 자신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앞으로 비록 출마는 안하더라도 보다 나은 사람이 정치를 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다.

내가 바둑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그 전에 초등학교 4~6학년 때에는 장기를 제법 잘 둬 동네에서 어른들과 겨뤄도 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바둑이란 놈을 처음 알게 되고서 그 오묘한 세계와 바로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됐고, 좋아하던 장기가 너무나도 시시하게 느껴졌으며, 그 이후 40여년간 그 열정은 부침을 거듭했을지라도 그 애정만은 지금도 여전하다.

이 바둑과의 애정행각은 필설로 다할 수 없을 만큼 많기에 생략하기로 하지만 얼마 전 알파고의 등장은 나의 경탄을 자아냈다.

알파고의 '알파(Alpha)'는 '최고·최선'이라는 영어에서 왔다. 그리고 '고'는 일본에서 바둑을 '고'라고 부르면서 먼저 해외보급을 했기에 세계적으로 '고'가 바둑의 명칭으로 자리잡게 된 것으로 우리가 기원이라고 할 때 그 '기'와 같은 한자이다.

10여년 전 러시아의 체스 최고수 카스파로프가 컴퓨터에게 졌다는 보도는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장기는 바둑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라고 생각하였으니까. 그러나 이제 바둑 최고수인 이세돌에게 알파고가 이기는 장면에 대해서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내 평생에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거의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많아서 인간은 수읽기도 하지만 그 미지의 영역에 대해 '감각'이라는 것으로 둬나가야 하는데 과연 컴퓨터가 그러한 감각을 가질 수 있겠는가?

알파고의 인공지능은 뇌스캐닝 기술과 생화학, 양자역학, 생물학, 생명공학, 나노공학, 정보통신기술 등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의 뇌처럼 패턴 인식이 가능해졌다. 모든 수를 초고속으로 연산해서 다음 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쓸모없는 저급한 수들을 배제한 채 둬질만한 고도의 수들만 연산한다.

이런 연산은 바둑판 위에서 이뤄지는 패턴을 고도로 인식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그러니까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학습을 한다. 인간이 하루에 10판을 둬볼 수 있다고 한다면 인공지능은 만판을 둘 수 있으니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은 이런 패턴을 학습해서 인간의 사고와 인식들을 이해하고 재현하며 결국 인간보다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출현한다.

그러면 바둑뿐만 아니라 인간이 하는 모든 일들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다. 그것도 탐욕스러운 인간이라면 절대 실현할 수 없는 완벽한 효율성과 경제성을 기본으로 한 채.

과연 우리 인간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영역만 남을 수 있을까? 희망이라는 단어 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역으로 이용한 이가 있으니 그가 도널드 트럼프다.

실리콘벨리 보다는 전통산업에, 친환경에너지 보다는 화석연료에, 아이폰도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날로그 미국인들에게는 구세주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이것이 그를 제45대 미국의 대통령으로 이끌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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