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 시애틀의 재향군인병원에서 참전용사를 위한 공연이 열렸다. 공연 담당자는 당시 최고의 인기 코미디언 지미 듀랜트를 섭외하려 했으나 일정이 꽉 차 있었다."한 10분 정도라면 가능합니다." 와주는 것만으로 다행이었다. 약속된 날 지미는 무대에서 짤막한 원맨쇼를 끝냈다. 그런데도 내려오지 않고 한 시간이나 더 공연했다. 쇼가 끝난 후 담당자는 "어찌된 일입니까? 이렇게 길게 하시다니요. 저희들은 10분의 출연료만 준비했는데 어쩌지요?" 그때 지미는 조용히 무대 앞줄에 앉은 참전용사 두 사람을 가리켰다.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휩쓸면서 라면시장의 판도가 변했다. '너구리' 라면의 판매량이 100% 이상 급증했고, '짜파게티'도 50% 이상 늘어 두 제품을 합치면 단일라면 판매량 1위인 '신라면'을 뛰어 넘었다는 것이다. 문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우리나라 뿐 아니라 짜파구리는 전 세계 호텔식 메뉴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 맨해튼 미쉐린 레스토랑 신메뉴에 '람동'(짜파구리 번역 이름)이 출시
코로나 때문에 연중행사의 하나인 '부처님 오신 날'이 세상 조용했다. 그런데 때마침 올해는 윤사월이라 사월초파일이 덤으로 한 번 더 생겼으니 불자에겐 이보다 좋을 순 없다.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연등이다. 연등은 대나무 골조에 흰 한지를 입혀 기본틀을 만든다. 그 위에 분홍색 한지와 녹색 한지를 직사각형 모양으로 작게 잘라 한쪽 끝을 손가락으로 비벼 말아 연꽃잎 모양으로 만들어 하나하나 붙여나가는 수작업 과정이다. 꽃잎을 하나하나 붙이는 정성이 바로 수행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계로 찍혀져
불상의 머리는 파마한 곱슬머리 같다. 그것도 전체가 커다란 똥모양이고, 하나하나 똘똘 말아놓은 것도 똥모양이다. 부처의 머리는 왜 똥머리일까?석존께서 입멸하고 난 이후 약500년 동안 불상을 제작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때를 무불상(無佛像)시대라고 한다. 그러다가 기원전 1세기경 인도 쿠산왕조 때 미투라 지방에서 처음으로 불상이 만들어진다. 미투라불상의 특징은 얼굴과 두발에 있다. 그들은 '부처님 몸은 항상 젊고 늙지 않는다(佛身常少不老)'라는 신관(身觀)을 정립하고, 다나니집경(陀羅尼集經)에 나타난 대로 '여래
'가족' 그 말 속에는 따뜻함과 정이 배여 있다. 어렵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도와줄 것 같고, 모든 허물도 용서받고 감싸줄 것 같다. 명절이 되면 지옥과도 같은 도로의 막힘도 불사하고 고향을 찾는 것도 가족이라는 이름 때문이다.'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이 노래 가사는 미국의 극작가 존 하워드 페인이 썼다. 미국 남북전쟁 중에는 이 노래가 금지곡이었다. 군인들이 이 노래를 듣고 가족이 그리워 탈영할지도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런 예는 기원전 202년
후한(後漢)의 재상 조조는 살구를 좋아해 마당에 살구나무를 심었다. 살구가 익었을 무렵 어찌된 일인지 열매가 자꾸 줄어들었다. 그래서 그는 머슴들을 모두 모아 놓고 "이 맛없는 개살구나무를 모두 베어 버려라!"고 했다. 그랬더니 한 머슴이 "이 살구는 맛이 참 좋은데 너무 아깝습니다"고 말했다. 조조의 재치로 살구를 따먹는 범인을 잡았다.'살구와 개'는 많은 속설이 있다. '살구나무에 개를 오래 묶어두면 개가 죽는다' 또는 '개고기를 먹고 난 다음에 살구씨를 먹으면 탈이 안 난다' 등이다.
사람들은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개업을 하거나 새해인사로 '부자되세요' 하고 말한다. 부자(富者)의 사전적 정의는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얼마쯤 가져야만 살림이 넉넉하다고 할 수 있을까? 막상 따지고 보면 얼마나 가져야 부자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2010년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있었다. 무술감독을 꿈꾸는 가난한 스턴트우먼 길라임과 까칠한 백만장자 백화점 사장 김주원의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로맨스 판타지로, 당시
친구가 점심 때 짬뽕을 같이 먹자고 해서 식당으로 갔다. 그런데 짬뽕 종류가 다섯 가지나 된다. 아예 고춧가루를 넣지 않은 짬뽕, 보통 짬뽕, 조금 매운(1단계) 짬뽕, 조금 더 매운(2단계) 짬뽕, 아주 매운(3단계) 짬뽕으로 식성에 따라 주문하면 된다. 나는 보통 짬뽕을 시켰고, 친구는 조금 더 매운 2단계 짬뽕을 시켰다. 식사 중에 친구가 얼마나 매운지 맛이나 보라며 앞접시에 조금 덜어 준다. 어! 맵다. 정말 맵다. 2단계가 이 정도면 3단계는 얼마나 매울까?그런데도 매운치킨, 매운아귀찜, 매운갈비찜, 매운떡볶이 같은 매운
비누가 없었던 시절에는 잿물을 사용했다. 잿물은 시루 밑바닥에 베를 깔고, 그 위에 볏짚이나 콩깍지를 태운 재를 넣고 물을 부어 아래로 흘러내리게 해서 받았다. 그밖에도 오줌, 보리 삶은 물, 두부순물 등도 세탁제로 사용했다. 개화기 이후 들어온 강력한 세척력을 가진 수산화나트륨을 ‘서양에서 들어온 잿물’이라 하여 양잿물이라 불렀다. 1950~60년대 까지도 농촌에서는 잿물을 사용했다.몸을 씻을 때는 토란 삶은 물이나 창포뿌리를 말려 만든 가루를 사용했다. 지금도 단오절이 되면 창포 잎과 뿌리를 삶은 물로 머리
미국의 제약회사인 화이자사 연구팀은 협심증 환자의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약을 먹은 환자에게 부작용이 나타났다. 심장병 효과보다는 남성음경 발기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 것이다. 참으로 우연한 결과였다. 1998년 4월 화이자사는 협심증 치료제가 아닌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출시해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페니실린의 발견도 우연이었다. 영국의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부스럼의 원인이 되는 포도상구균을 배양하고 있었다. 배양기에 다른 세균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뚜껑을 잘 닫아야 하는데
우리 역사에 기록된 가짜뉴스의 역대 급은 아마도 '서동요(薯童謠)' 사건일 것이다. 본래는 백제의 왕족 출신이었지만 집안이 몰락해 마(薯:서)를 캐면서 살아가는 청년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맛동(서동:薯童)이라 불렀다. 신라 제26대 진평왕(眞平王)에게는 딸이 셋 있었다. 첫째 딸이 신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이고, 둘째딸 천명공주는 훗날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어머니가 되고, 셋째 딸은 절세미인으로 소문난 선화(善花) 공주다. 서동은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서라벌로 가서 아이들에게 마를 나눠주면서 노래를 가르쳐주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풍부한 식량, 든든한 군대, 백성의 믿음"이라 했다. 자공이 그중 어느 것이 중하냐고 묻자 '군대'를 버리고 '식량'을 버려도 백성들의 믿음 없이는 나라가 존립하지 못한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강조한다.오기(吳起)가 서하 태수로 임명받자 수레 한 대를 북문 밖에 두고 이것을 남문까지 옮기는 자는 집을 한 채 상으로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믿지 않았다. 마침 거지가 노는 김에 옮겼더니 정말 집을 한 채 받았다. 이번에는 붉은 팥 한 섬을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만큼 삼국지는 대표적인 고전명작이다. 영웅호걸들이 펼치는 그들의 성공과 실패는 우리 삶에 좋은 교훈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우리가 읽는 삼국지는 서진의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가 아니고 명대 초기에 나관중이 쓴 소설 '삼국지연의'다. 내용중 적벽대전은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이 조조의 대군을 양쯔강변의 적벽에서 크게 무찌른 전투다. 규모의 웅장함과 숨막히는 긴장감으로 독자를 압도한다. 그러나 정작 정사 삼국지에서는 겨
정(鄭)나라에 큰 개천이 있었다. 그 개천(价川)을 사람들이 맨발로 건너다녔다. 어느날 재상인 자산(子産)이 지나가다가 이를 보고 딱하게 여겨 자기 수레에 사람들을 태워 강을 건너게 해줬다. 참으로 칭찬 받을 위정자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은 맹자(孟子)는 "진정으로 백성을 생각하는 정치가라면 수레에 태워줄 일이 아니라 다리를 놔주어야 한다"고 싸늘한 평가를 내렸다.한비자도 "만일 왕이 온 백성이 굶주린다고 해서 손수 쌀가마니를 메고 가난한 집에 가져다 준다면 이는 미담이 될지언정 정치가의 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가난한 사람
최초의 시계는 해시계였다. 기원전 2000년 전부터 사용했던 방법으로, 땅에 막대기를 꽂아놓고 그림자의 움직임에 따라 시간을 파악했다. 그러나 해가 없는 밤이나 흐린 날에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물시계였다. 그릇에 눈금을 새기고 일정하게 물을 흘러 보내 물이 채워지는 양에 따라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이다.그밖에 물 대신에 모래를 이용한 모래시계, 초가 타들어가는 정도에 따라 시간을 재는 촛불시계, 민간에서는 달이나 별을 보고 시간을 짐작하기도 했다. 중국 제(齊)나라 경릉왕(竟陵王)은 시짓기를 좋아해 밤에 문사들이 모
고구려 제25대 평원왕의 어린 딸은 지독한 울보였다. 왕은 딸이 울 때마다 농담으로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고 했다. 공주가 자라 혼기가 차자 귀족인 상부 고씨 집 아들과 혼담이 오고갔다. 그런데 공주는 온달에게 시집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실없이 내뱉었던 말이 씨가 돼 공주를 가난하고 무식했던 바보 온달에게 시집가게 된다.우리는 너무 쉽게 말을 한다. 이야기 중에 무심코 말을 잘못하기 일쑤고, 속에 없는 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책임지지 못할 말도 넙죽넙죽 잘한다. 세치의 혓바닥이 여섯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이름은 사물의 존재에 관한 인식과정이다. 민들레라는 이름이 주어졌을 때 비로소 민들레는 무의미의 존재에서 유의미의 존재가 된다. 그래서 '이름값'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된다.1910년 5월, 우리나라 최초의 민적부(民籍簿)를 만들 때 한자로 된 성과 이름을 가진 사람은 1/3도 되지 않았다. 노비 뿐 아니라 여자이름의
1934년의 일이다. 골동품을 팔고 사는 사람 사이에서 흥정을 붙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거간꾼 장형수가 친일파 송병준의 손자 집에 갔다. 대개 부잣집에는 값나가는 물건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 밤이 늦어 그 집 사랑에 묵게 됐다.화장실에 가려고 나왔는데 하인이 군불을 때고 있었다. 그 옆에 불쏘시개로 놓여 있는 종이뭉치 속에 초록색 비단으로 된 책이 한 권 보였다. 직감적으로 이게 뭔가 다르다싶어 살펴보니 표지에 '해악전신(海嶽傳神)'이라고 쓰여 있었다. 겸재 정선(鄭敾·1676-17
작년 5월 말 충북 진천을 여행하게 됐다. 때마침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돌다리라는 '농다리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돌다리가 마치 대나무 마디 모양이라서 '농(籠)다리' 또는 지네다리를 닮았다 해서 '지네다리'라고 부른다. 돌과 돌 사이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석회를 바르지 않고 돌로만 쌓았는데도 장마가 와도 끄떡없이 천여년의 세월을 버티어 온 돌다리다.행사장에는 '생거진천쌀'을 홍보하고 있어 한 포대 사면서 '생거진천'이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모른단다.
베네치아의 세칼디 홍고(1704∼1821)는 영원한 청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무려 117세까지 사는 동안 다섯번이나 부인이 먼저 죽었고, 49명의 자녀를 뒀다. 평생 한 번도 앓은 적이 없고, 시력·청력·기억력까지 죽는 날까지 또렷했다. 심지어는 죽는 날 아침에도 12.8㎞의 산책을 다녀왔다.100세 때 흰머리카락이 검게 변했고, 112세 때 수염과 눈썹이 까매졌다. 116세에는 잇몸에서 두 개의 새로운 사랑니가 났다. 115세에는 에게해(海)에 있는 키오스 섬의 베네치아 영사로 임명됐는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