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약회사인 화이자사 연구팀은 협심증 환자의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약을 먹은 환자에게 부작용이 나타났다. 심장병 효과보다는 남성음경 발기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 것이다. 참으로 우연한 결과였다. 1998년 4월 화이자사는 협심증 치료제가 아닌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출시해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페니실린의 발견도 우연이었다. 영국의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부스럼의 원인이 되는 포도상구균을 배양하고 있었다. 배양기에 다른 세균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뚜껑을 잘 닫아야 하는데 실수로 틈이 생긴 배양기가 하나 있었다. 거기로 푸른곰팡이 포자가 들어와 배양하던 세균을 다 죽여 놓았다. 이 푸른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이란 이름의 항생제가 개발돼 1945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하게 됐다.

1960~70년대 예방주사는 교실에서 맞았다. 가장 두려운 주사가 BCG 접종이었다. 예방접종 전에 결핵 면역체가 생성돼 있는지 팔의 안쪽에 투베르쿨린 반응검사를 해서 피부가 붉게 부풀어 오르는 정도를 보고 음성이면 예방주사를 맞아야 했다.

간호사가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교실은 극도의 긴장에 쌓인다. 당시는 일회용 주사기가 없었다. 간호사는 옆에 알콜램프를 두고 주사바늘을 불에 지져가며 소독해서 재사용했다. 그래서 '불주사'라고 불렀다. 아이들은 왼팔을 걷고 한 줄로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의 초조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눈물을 질질 짜기도 하고, 끝내 맞지 않겠다고 교실 바닥을 뒹구는 아이도 있었다. 먼저 맞고 들어오는 아이는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 했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불주사' 접종국가와 비접종국가 간의 사망률 차이가 무려 21배로 나타나자, 그 공포의 불주사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이것 또한 우연이지만 '꿩 잡는 게 매'라고 '코로나 잡는 불주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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