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개업을 하거나 새해인사로 '부자되세요' 하고 말한다. 부자(富者)의 사전적 정의는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얼마쯤 가져야만 살림이 넉넉하다고 할 수 있을까? 막상 따지고 보면 얼마나 가져야 부자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2010년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있었다. 무술감독을 꿈꾸는 가난한 스턴트우먼 길라임과 까칠한 백만장자 백화점 사장 김주원의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로맨스 판타지로, 당시 시청률이 무려 35.2%로 대박을 친 작품이다. 길라임이 묻는다. "대체 어떻게 된 사람들이 길래 백화점에서 1억을 써. 그것도 1년에" 그러자 김주원이 "그 사람은 니랑은 달라" "나랑은 뭐가 다른데" "말해도 이해 못해" "말이나 해봐. 이해는 내가 할 테니깐" "너 통장에 얼마 있는지 알지?" "얼마 없어. 왜?" "이거야, 이런 게 달라. 너는 자기 통장에 얼마 있는지 알지만, 그쪽 사람들은 자기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몰라."

작년 머니투데이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을 설문조사 했는데, 현금자산 10억원 이상(38.8%)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대답이 제일 많았다. 심지어 50억원 이상(11.0%)이 돼야 한다는 대답도 있었다. KB금융 경영연구소의 '2018 한국부자보고서'에서 부자를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현금자산 10억원 이상인 사람들의 평균 총자산은 54억원이었다. 자! 이제 다시 묻는다. 여러분은 현금 10억이 있는가? 여러분의 재산이 50억은 넘는가? 그러면 부자가 맞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을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씩 전 국민에게 준다고 한다. 고맙긴 한데 돈 많은 사람은 알아서 반납하란다. '돈 많은 사람' 곧 부자는 좋은 말로 기부하란다.

그런데 찝찝하게도 우리 국민들은 도덕성을 시험 당하고 있는 느낌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