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연중행사의 하나인 '부처님 오신 날'이 세상 조용했다. 그런데 때마침 올해는 윤사월이라 사월초파일이 덤으로 한 번 더 생겼으니 불자에겐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연등이다. 연등은 대나무 골조에 흰 한지를 입혀 기본틀을 만든다. 그 위에 분홍색 한지와 녹색 한지를 직사각형 모양으로 작게 잘라 한쪽 끝을 손가락으로 비벼 말아 연꽃잎 모양으로 만들어 하나하나 붙여나가는 수작업 과정이다. 꽃잎을 하나하나 붙이는 정성이 바로 수행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계로 찍혀져 나오는 연등이라 아쉽다.

연등은 등불이다. 등불은 어둠을 밝히는 도구다. 중생이 진리를 모르고 살면 어두운 무명 속을 헤매는 것과 같다. 그러나 밝은 지혜를 얻게 되면 무명에서 벗어나 진리를 알게 되니 등불을 밝히는 것은 밝은 지혜를 얻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부처님 살아계셨던 당시에도 등을 밝히던 풍습이 있었다. 부처님이 마을에 오시면 사람들은 모두 등불을 내걸고 부처님을 맞았다. 그때 사위성(舍衛城)에 가난한 노파가 살았다. 등불을 켤 기름을 사야하는데 돈이라고는 동전 두 닢밖에 없었다. 그게 재산의 전부였다. 노파는 그 돈으로 기름을 사서 등불을 켰다. 밤이 지나면서 하나둘 등불이 꺼져갔고, 새벽이 되자 모든 불은 꺼져도 노파의 등불만은 꺼지지 않았다. 목련존자가 남은 노파의 불을 끄려고 해도 꺼지지 않았다. 부처께서 말씀하셨다.

"목련아! 불을 끄려고 애쓰지 말라. 그 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노파의 정성과 서원이 하늘에 닿았다. 한결같은 정성이 깃든 등불은 결코 꺼지지 않느니라."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을 달면서 노파의 일화를 기억했으면 한다. 돈이 많아 절마다 다니며 등을 달며, 사업번창, 가족건강, 시험합격 따위의 이기적 기원보다는 등을 달며 무명을 벗어나겠다는 간절한 마음과 정성이 더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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