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휩쓸면서 라면시장의 판도가 변했다. '너구리' 라면의 판매량이 100% 이상 급증했고, '짜파게티'도 50% 이상 늘어 두 제품을 합치면 단일라면 판매량 1위인 '신라면'을 뛰어 넘었다는 것이다. 문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짜파구리는 전 세계 호텔식 메뉴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 맨해튼 미쉐린 레스토랑 신메뉴에 '람동'(짜파구리 번역 이름)이 출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고, 일본 도쿄 시네필 카페에서 스테이크를 넣은 짜파구리가 기생충 세트 메뉴로 출시되었다고 한다.

영화의 주제는 '기생충'이라는 제목처럼 부자들이 가진 것에 무임승차하기 위해 문서위조·사기행각도 서슴지 않는 가난한 자들의 몰염치일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인상깊게 느껴지는 것은 가진 자의 위선이다.

영화에서 연교(조여정 분)가 가정부 충숙(장혜진 분)에게 "짜파구리에 소고기 채끝살을 넣어서 조리해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짜파구리는 가난한 사람을 상징한다면 소고기 중에서도 고급인 채끝살은 부유한 자들을 의미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서민적이고 평등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귀족적이고 차별화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은유한다.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위선과 차별의 아이콘으로 짜파구리가 선택되었다.

위선자를 보면 속았다는 느낌 때문에 분개한다. 정의를 부르짖어 정말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여겼더니 알고 보니 불법과 편법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선행이라는 이름 뒤에서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 몰두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명예나 명분에 더 집착하여 존경까지 받고싶어 한다.

우리 사회에는 짜파구리에 채끝살을 넣어 먹는 위선의 도(度)가 정말 착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선행까지 의심받게 하니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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