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鄭)나라에 큰 개천이 있었다. 그 개천(价川)을 사람들이 맨발로 건너다녔다. 어느날 재상인 자산(子産)이 지나가다가 이를 보고 딱하게 여겨 자기 수레에 사람들을 태워 강을 건너게 해줬다. 참으로 칭찬 받을 위정자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은 맹자(孟子)는 "진정으로 백성을 생각하는 정치가라면 수레에 태워줄 일이 아니라 다리를 놔주어야 한다"고 싸늘한 평가를 내렸다.

한비자도 "만일 왕이 온 백성이 굶주린다고 해서 손수 쌀가마니를 메고 가난한 집에 가져다 준다면 이는 미담이 될지언정 정치가의 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한 가마니의 쌀보다 가난에 대한 근원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는 것이 유대인들의 교육 지침서 탈무드의 기본정신이다.

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재미를 보고 난 후 정치권은 무상의료, 무상보육, 무상교복, 무상수학여행 등 무상시리즈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돈도 공짜로 나누어주겠다는 '현금복지'까지 이르렀다. 65세 이상에게 주는 기초연금이 있는데도 일부 지자체는 장수수당·효도수당·어르신수당을 만든 곳도 등장했다. 만 7세 미만 아동의 보호자에게 주는 아동수당, 미취업 청년에게 월 60만원씩 최장 6개월 지급하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대학생에게 연간 최대 200만원까지 등록금을 주는 지자체도 있다.

이러다 보니 전국적으로 실시 중인 현금복지가 무려 1670여종에 달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 모두에게 1인당 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주면 좋지, 공짜니까. '무당서방'은 아내가 무당해서 벌어주는 돈으로 놀고먹는 사람을 일컫는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응당 도와줘야 하지만 공짜로 인해 발생할 국민들의 생각과 행동에 미칠 도덕적해이가 걱정된다. 적선하듯 나눠주는 공짜복지 그것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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