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이름은 사물의 존재에 관한 인식과정이다. 민들레라는 이름이 주어졌을 때 비로소 민들레는 무의미의 존재에서 유의미의 존재가 된다. 그래서 '이름값'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된다.

1910년 5월, 우리나라 최초의 민적부(民籍簿)를 만들 때 한자로 된 성과 이름을 가진 사람은 1/3도 되지 않았다. 노비 뿐 아니라 여자이름의 한자는 호적담당자가 만들어 주기도 했다. 개똥은 개동(介童), 돌쇠는 석철(石鐵), 곱단이는 고분(高分), 이쁜이는 입분(入分), 어려보인다고 언년(彦年), 딸 많은 집 막내는 말연(末連)이나 서운(西雲) 등이다.

지난 9일 방송된 SBS '런닝맨'은 서울에서 가장 긴 음식이름 찾기게임이 있었는데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소스에 톡톡 튀는 명란이 들어간 크림파스타(27자)'를 찾아낸 팀이 승리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이름은 85년생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박 하늘별님 구름햇님보다 사랑스러우리(17자)'씨다. 우리 국어사전에 등재된 순 우리말로 된 가장 긴 낱말은 '딱다그르르딱다그르르하다(12자)'로 '작고 단단한 물건이 약간씩 튀면서 자꾸 굴러가다'라는 뜻이다.

요즘 아파트는 이름이 무슨 암호 같고, 길기는 왜 그렇게 긴지 모르겠다.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한 400단지 아파트 이름의 글자 수가 평균 9.8자(字)였고, 그중 가장 긴 이름은 5월에 분양한 경기 '이천 증포3지구 대원칸타빌 2차 더테라스(18자)'였다.

아파트 이름을 어렵게 해야 시어머니가 못 찾아온다는 우스개가 회자된 적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아파트 이름은 짧고 쉽게 지어야한다는 새로운 유머가 생겼다. 아파트 이름이 어렵다보니 시어머니 혼자 못 오고 딸과 같이 오니 오히려 시누이까지 보태져 더 귀찮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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