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풍부한 식량, 든든한 군대, 백성의 믿음"이라 했다. 자공이 그중 어느 것이 중하냐고 묻자 '군대'를 버리고 '식량'을 버려도 백성들의 믿음 없이는 나라가 존립하지 못한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강조한다.

오기(吳起)가 서하 태수로 임명받자 수레 한 대를 북문 밖에 두고 이것을 남문까지 옮기는 자는 집을 한 채 상으로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믿지 않았다. 마침 거지가 노는 김에 옮겼더니 정말 집을 한 채 받았다. 이번에는 붉은 팥 한 섬을 동문 앞에 두고 이것을 서문까지 옮기는 자는 전번과 같은 상을 주겠노라고 했다. 말 떨어지기 무섭게 먼저 옮기려고 다투기까지 했다. 백성들이 태수의 명을 믿기 시작하자 나라가 바로 섰다.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마스크' 그게 도대체 뭐라고 이 난리를 치는가? 코로나는 마스크 잘 착용하고 손만 잘 씻으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KF94나 KF99 수준의 의료용 마스크를 써야 된다더니, 말을 바꾸어 KF80까지도 괜찮다고 했다. 이번엔 마스크가 부족하자 안 된다던 면 마스크도 효과가 있다고 하고, 깨끗하게 사용하면 재사용도 된다고 한다. 심지어는 사회적 거리만 유지하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단다. 참 헷갈린다. 어느 게 맞는가?

공급은 어떤가? 대통령까지 나서 '마스크 물량 충분하다'더니, 마스크를 사기 위해 추위 속에서 텐트까지 치고, 새벽부터 번호표 받고 기다리기도 했다. 참 답답하다. 모이지 말라면서 마스크사려고 모여야 하는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미세먼지 때 쓰는 마스크는 나를 보호함이라면, 지금의 마스크는 예방도 있지만 남을 배려하는 예의의 수준에 이르렀다. 그게 마스크를 사려는 이유다.

세밀한 검토 없이 덜컥덜컥 발표만 해 놓고 불만이 터져 나오면 정책이 허둥거린다. '백성의 믿음'은 실종되고 말았다. 마스크 난리를 겪으면서 느끼는 게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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