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의 머리는 파마한 곱슬머리 같다. 그것도 전체가 커다란 똥모양이고, 하나하나 똘똘 말아놓은 것도 똥모양이다. 부처의 머리는 왜 똥머리일까?

석존께서 입멸하고 난 이후 약500년 동안 불상을 제작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때를 무불상(無佛像)시대라고 한다. 그러다가 기원전 1세기경 인도 쿠산왕조 때 미투라 지방에서 처음으로 불상이 만들어진다. 미투라불상의 특징은 얼굴과 두발에 있다. 그들은 '부처님 몸은 항상 젊고 늙지 않는다(佛身常少不老)'라는 신관(身觀)을 정립하고, 다나니집경(陀羅尼集經)에 나타난 대로 '여래(如來)의 형상은 16세 동자(童子)'로 표현하게 된다.

왜 하필 16세 소년인가? 고대 인도사회에서는 엄격한 계급사회였다. 그 최상에 있는 바라문에 남아가 태어나면 생후 1년에서 7년 사이에 '결발식'을 치른다. 머리칼을 모아서 정수리에 묶어놓는 의식으로 동자가 됐음을 알리는 의식이었다. 그러다 16세가 되면 '치발식'이라는 성인식을 치르는데, 이때 주변의 머리칼을 깎아버리고 정수리의 머리칼만 모아서 소라껍데기 모양의 상투를 트는데 이를 주라(周羅)라 한다. 그 모양이 위에서 보면 마치 '똥' 모양이다.

초창기의 부처상은 16세 소년의 얼굴에 거대한 똥머리 하나를 얹어 놓은 형상이라고 보면 된다. 비슷한 무렵 인도 서북부 간다라 지방에서는 헬레니즘 문화가 유입돼 동서문화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문화가 창조됐다. 이때 그리스 미술과 조각의 영향으로 영웅을 닮은 건장한 남성의 얼굴에 곱슬머리와 콧수염, 길쭉한 광대뼈를 가진 로마인의 모습을 닮은 간다리식 초기 불상이 만들어진다. 간다라불상의 머리는 풍부한 머리칼을 위로 올려 묶은 북상투였고, 마투라에서는 이제 갓 성년식을 치른 바라문 청년의 머리스타일인 민머리에 주라를 튼 모습이라고 보면 된다. 간다라문화 이후 불상이 중국으로 건너오면서 머리스타일이 소라껍데기처럼 말린 나발에 육계를 한 지금의 똥머리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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