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 시애틀의 재향군인병원에서 참전용사를 위한 공연이 열렸다. 공연 담당자는 당시 최고의 인기 코미디언 지미 듀랜트를 섭외하려 했으나 일정이 꽉 차 있었다.

"한 10분 정도라면 가능합니다." 와주는 것만으로 다행이었다. 약속된 날 지미는 무대에서 짤막한 원맨쇼를 끝냈다. 그런데도 내려오지 않고 한 시간이나 더 공연했다. 쇼가 끝난 후 담당자는 "어찌된 일입니까? 이렇게 길게 하시다니요. 저희들은 10분의 출연료만 준비했는데 어쩌지요?" 그때 지미는 조용히 무대 앞줄에 앉은 참전용사 두 사람을 가리켰다.

한 병사는 전쟁에서 왼팔을 잃었고, 또 한 병사는 오른팔을 잃었다. 두 사람은 남아 있는 손을 서로 부딪치며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저는 저 두 분에게서 귀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박수라는 것은 두 손이 온전한 사람만이 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출연료는 받지 않겠습니다. 오늘 제가 여기서 받은 감동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만큼 귀하고 값진 것입니다."

올 3월 베트남 하노이 응호아 마을에서는 매우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10살 때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투(26)라는 여성과, 어려서 아열대 지방의 풍토병으로 인해 19살 때 왼쪽 다리를 절단한 바오(27)라는 남성이 이루어낸 아름다운 러브스토리가 세계의 언론을 탔다. 낙담과 실의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남편인 바오는 평범한 사람도 도전하기 힘든 스키 국가대표선수로 장애인 올림픽에 참가했다. 이들이 만난 것은 장애인 단체활동을 통해서였다. 두 사람의 '신체적 장애'는 '사랑의 장애'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두 손을 가지고도 칭찬과 박수에 인색했고, 두 다리를 가지고도 감사할 줄 모르며 살고 있지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인생은 모두를 다 가졌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다.' 원고지로 보는 세상 600회를 맞아 저의 칼럼을 애독해주시는 독자들에게 드리는 메시지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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