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에 기록된 가짜뉴스의 역대 급은 아마도 '서동요(薯童謠)' 사건일 것이다. 본래는 백제의 왕족 출신이었지만 집안이 몰락해 마(薯:서)를 캐면서 살아가는 청년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맛동(서동:薯童)이라 불렀다. 신라 제26대 진평왕(眞平王)에게는 딸이 셋 있었다. 첫째 딸이 신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이고, 둘째딸 천명공주는 훗날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어머니가 되고, 셋째 딸은 절세미인으로 소문난 선화(善花) 공주다. 서동은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서라벌로 가서 아이들에게 마를 나눠주면서 노래를 가르쳐주기 시작한다.

"선화 공주님은 남몰래 서동을 숨겨두고 밤마다 찾아가 만난대요."

이 남녀상열지사의 루머(헛소문)는 삽시간에 나라 안으로 퍼졌다. 아버지 진평왕이 이 소문을 듣고 공주를 궁에서 쫓아내 버린다. 마침내 서동은 쫓겨난 선화공주와 결혼에 성공하고 훗날 백제중흥을 꿈꿨던 무왕(의자왕의 아버지)이 된다.

서양 속담에 '진실이 신발을 찾는 동안 거짓말은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온다'고 했다. 가짜뉴스가 갖는 위력은 대단하다. 진실은 허술한 데가 있지만 거짓말은 진실보다도 더 정교하고 치밀한 구조를 가진다.

한국서 '먹튀논란'을 일으킨 축구스타 호날두가 고국 포르투갈 국민을 위해 자기소유의 호텔을 병원으로 개조해 코로나 환자에게 제공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하루만에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이미 온라인을 통해 선행이 사실인 것처럼 포장돼 전 세계로 퍼진 상태였다. 호날두는 자신의 가짜뉴스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거짓정보는 유독 정치에 악용이 많이 된다. 우리는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쉽게 분간하기 어렵다. 그냥 몇번 정도 이야기를 듣고 나면 진실로 둔갑되고 만다. 그래서 가짜뉴스라도 자기편에 유리하면 은근히 진짜 같은 액션을 취한다. 선거 때가 되면 지천에 깔리는 게 가짜뉴스다. 유권자가 똑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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