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원숭이를 사랑해 여러 마리를 길렀다. 그러나 저공의 살림이 어려워지자 원숭이들의 먹이를 줄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말했다."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그 말을 들은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저공은 다시 말했다. "그럼 아침에 네 개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 원숭이들이 좋아 춤을 추며 기뻐했다.'열자(列子)'에 나오는 이야기다. 열자는 덧붙여 말했다. "성인은 지혜로써 어리석은 군중들을 속이는데, 저공 역시 지혜로
1815년 나폴레옹과 워털루전쟁에서 승리한 웰링턴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부하들을 초청해 파티를 열었다. 파티 중에 소동이 일어났다. 탁자 위에 둔 웰링턴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지갑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웰링턴의 부하들이 참석한 사람들의 소지품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그때 한쪽에 앉아 있던 부사관이 큰소리로 화를 내며 이건 인격모독이라며 자신은 절대 검사받을 수 없다고 버텼다. 파티 주인인 웰링턴은 입장이 난처해지자 그냥 없던 일로 하자며 넘어갔다. 사람들은 주머니가 불룩해 보이는 부사관이 범인일 것이라고 수군거렸다.해가 바꼈다. 파티가
고등학교 때 등교시간이 되면 제일 두려운 게 교문 앞에 서 있는 규율부 형님들이다. 눈에 걸리는 후배를 불러 세워놓고 모자부터 운동화까지 스캔하고는 규정에 벗어난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빌미로 엎드려뻗쳐를 당하거나, 교문 옆에 세워 놓고 망신을 준다. 대개의 규율 부원들은 몸집이 좋고 싸움도 잘하는 소위 주먹들이다. 그러니 교문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무 잘못도 없으면서 심장은 뛰고 숨은 멈출 것 같고 규율부 형님이 '너, 이리와' 하고 부르면 다리가 후들거렸다.선도부들은 노란 바탕에 고딕의 검은 글씨체로 '규율
제나라 경공(景公)이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왕을 맞이하기 위해 양구거라는 신하가 달려왔다. 경공은 기뻐하며 옆에 있는 재상 안영에게 "나하고는 장단이 잘 맞는 건 양구거 뿐이야"라고 했다. 그때 안영은 "아닙니다. 저 사람은 전하와 장단을 맞추는 것(和)이 아니라 전하의 단순한 동조자(同)일 뿐입니다.""장단을 맞추는 것하고 동조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안영이 대답했다. "장단을 맞춘다는 것은 조화를 뜻합니다. 음식에 비유하면 초·장·소금을 넣어 음식의 부족한 맛을 보충하고 지나친 맛은 제어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사슴 한 마리가 목이 말라 호숫가로 물을 마시러 갔다. 그때 사슴은 물속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뿔을 보고 감탄했다. 그에 비해 가늘고 볼품없는 다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사자 한 마리가 다가왔다. 사슴은 놀라 죽고살기로 도망을 쳤다. 간신히 사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고 안심하던 순간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뿔이 나무가가지에 걸려 꼼짝할 수 없게 되었고 가엾게도 사슴은 사자의 밥이 되고 말았다.사슴은 고대부터 신성한 존재로 여겨왔다. 도교에서는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십장생에 포함된다.
해 질 무렵이었다. 오늘도 호랑이가 무서워 피해 다니던 이리는 우연히 자기 그림자를 보게 됐다. "아니, 내가 이렇게 덩치가 큰지 몰랐네." 이리는 그림자의 크기가 바로 자신의 크기로 착각했다."내가 괜히 호랑이에게 겁을 먹었군. 이제부터 내가 숲속의 왕이 될 거야." 이리는 으스대며 이미 숲속의 왕이라도 된 듯이 설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호랑이가 나타나자 도망가지 않고 한판 뜨자는 자세로 맞섰다. 그러나 순식간에 이리는 호랑이에게 물려 죽고 말았다.춘추시대 제(齊)나라 안영(晏嬰)은 비록 키는 여섯 자에 불과했지만 제나라를 천하
인도의 어느 왕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왕은 왕비를 사랑했다. 왕은 젊었고 왕비는 아름다웠다. 두 사람의 사랑을 시샘한 질투의 신이 그들을 갈라놨다. 왕비가 시름시름 앓더니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왕의 슬픔은 컸다. 세상을 다 잃은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왕은 왕비를 위해 무엇인가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평소 단아하고 검소했던 왕비의 성격을 닮은 작지만 품격 있는 무덤을 만들어줬다. 이듬해 왕은 왕비의 무덤을 찾았다. 왕의 눈에 비친 왕비의 무덤은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왕은 나라 안의 유명한 조각가에게 명령해 자신의 모습을 닮은
중국 주(周)나라 유왕(幽王)에게 뇌물로 바쳐진 '포사'라는 미인이 있었다. 왕은 포사의 미모에 반해 후궁으로 삼아 총애했다. 이미 있던 왕후를 폐하고 포사가 왕후가 됐다. 그런데 문제는 포사가 도통 웃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얼굴로 웃어주는 모습이 보고 싶어 왕은 안달이 났다.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비단옷을 입고 지나가던 한 궁녀가 매화나무 가시에 옷이 걸려 찢어졌다. 옷 찢어지는 소리를 듣고 포사가 웃었다. 왕은 궁에 있는 비단을 다 모아 포사 앞에서 찢게 했다. 궁의 비단이 거들나자 국고를 탕진하면서까지 비
'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우리나라 주류시장을 맥주(약54%)와 소주(약35%)가 양분하고 있지만, 소비자 인식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65%가 '소주'라고 대답했다. 역시 '술' 하면 소주다.세계 주류시장에서도 우리나라 '하이트·진로'가 증류주 1위의 브랜드다. 롯데의 '처음처럼'은 4위로 세계 10위권 안에 한국 소주가 두 개나 들어 있다. 1965년 30도로 시작한 소주는 25도·23도·21도로 내려
미국 남북전쟁 후 북부시장에서 소 가격이 오르자 남부에서 북부로 소떼의 이동이 시작됐다. 그런데 서로 섞여 소유가 불분명할 때가 많았다. 농장주들은 불에 달군 인두로 가축의 몸에 목장 고유의 표식으로 소인(燒印)을 했다. 이를 스티그마(stigma)라 했고, 우리말로는 낙인(烙印)이다. 현대에 와서 자사 상품을 다른 것과 구분하기 위해 고유의 기호나 도안으로 표시되는 것을 브랜드(brand)라 하는데, 이 브랜드라는 말이 낙인(스티그마)에서 왔다.한번 찍힌 낙인은 죽을 때까지 지울 수 없기 때문에 과거의 좋지 않은 경력을 알게 되면
아이가 놀이에 빠져 집에 갈 생각을 않는다. 엄마는 "이제 가야지" 아이는 못 들은 체한다. "하나, 둘, 셋할 때까지 안 오면 엄마 먼저 간다." 엄마는 큰 소리로 숫자를 센다. "하~~나~" 그리고는 아이의 눈치를 살피면서 "두~우우우~울~" 엄마의 소리는 길어진다. 그렇다고 쉽게 셋 해버리면 뒷감당이 문제다. 그래서 "두~우~울 반" "두울~~반에~ 반~"하고 외친다. 본래 하나, 둘, 셋만 세기로 한 건 원칙이고, 셋 이상 세면 반칙이고, 그 사이 '둘 반'이라는 변칙이 등장한다.횟집에 간다. 손님은 은근히 친
태초에 제우스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최초의 여자인 판도라를 만들게 했다.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탄생 축하선물로 상자를 하나 주면서 절대 열어보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판도라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상자를 열게 된다. 그러자 그 상자 안에 있던 온갖 욕심·질투·시기·질병 등이 빠져나와 세상 곳곳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판도라는 깜짝 놀라 상자를 닫았다. 그러나 상자의 맨 밑바닥에 있던 '희망'이 미쳐 빠져나오기 전이었다.희망(希望)이라는 한자의 희(希)는 주역(周易)에서
1986년 4월 영국에서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집안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스튜어트 스메일(19)군이 기르던 개를 물었다. 개는 동네 가축병원에 입원해 붕대를 감고 누워 있는 사진까지 공개됐다. 영국 지방법원은 스메일군에게 1년 동안 개 사육금지와 개 치료비 23파운드를 부담하라고 명령했다고 해외화제로 전한다. 개가 사람을 무는 일은 뉴스거리가 못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었다면 국제적 뉴스거리다.고려 최자의 '보한집'에 충성스런 개 이야기가 나온다. 거령현에 살았던 김개인(金蓋仁)이 동네잔치를 다녀오다가 술에 취해
공자가 제자들과 태산(泰山)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한 여인이 무덤 세 기 앞에서 슬프게 울고 있었다. 공자는 자로에게 그 연유를 알아보라고 했다. 자로가 부인에게 물었다. "부인, 어인 일로 슬피 우십니까?" 부인은 대답하기를 "수년 전에 저희 시아버님이 호환(虎患)을 당하시더니 작년에는 남편이, 그리고 이번에는 자식까지 호랑이한테 잡아 먹혔답니다." "그러면, 왜 이곳을 떠나지 않으십니까?" "하지만, 여기서 살면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하는 벼슬아치가 없지요." 이 말을 전해들은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잘 기억해 두어라.
프랑스 대혁명의 승리를 발판으로 집권한 급진좌파 로베스피에르(1758-1794)는 공포정치의 대명사다. 사법부까지 장악한 그는 정식재판을 받지 않고도 처형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2만명 가까운 정적들을 죽인다. "왕은 무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를 무죄라고 선언하는 순간 혁명이 유죄가 된다"는 연설과 함께 국왕 루이16세도 단두대의 이슬이 된다.혁명을 지지해준 농민과 노동자들을 위한 서민정책으로 "모든 프랑스 어린이들은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고 선포하면서 우유값을 반으로 내리게 했다. 귀족이나 부자가 아니면 먹을 수 없었던 우
우리나라 전통적 도량형은 척관법(尺貫法)이다. 길이의 기준인 척(尺)은 '자'라고 하며 약 30㎝ 정도다. 한 자(尺)의 1/10은 촌(寸)으로 '치'라고 부르고, 한 치는 약 3㎝다. 손가락 한 마디의 길이다.촌철살인(寸鐵殺人)은 '한 치 밖에 안 되는 쇠붙이(寸鐵)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殺人)'는 뜻이다. 송(宋)나라 때 간화선(看話禪)의 창시자 종고선사(1089-1163)께서 하신 말씀이다. 화두(寸鐵)로 마음속의 잡된 생각을 다 죽여야(殺人) 깨달음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금은 짤
여진족이 세운 금(金)나라는 개국 초기 국가재정이 너무나 열악했다. 태조 아골타는 전쟁 외에는 누구든 국고를 손대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이를 어기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곤장 20대에 처한다고 선언했다. 그 후 나라 형편이 점차 나아졌다.태조의 동생으로 2대 황제가 된 오걸매(吳乞買)는 술을 좋아했다. 즉위 초기에는 잘 참아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술에 대한 유혹은 손까지 떨리면서 정사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황제는 아무도 모르게 창고의 재물을 꺼내 술을 구해 마셨다. 국고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탄로 나고 말았다. 조사가
행락객들이 절 옆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법당 처마밑에 모였다. 춘성스님은 마당에 천막을 치고 자리를 마련해 주면서 '비오는 데 여기서 고기도 구워 먹으면서 놀거라' 그 말을 들은 승려들과 보살들이 당황해하자 춘성스님은 '이것저것 다 따지면 절에 누가 오겠느냐'라고 했다.겨울에 떨고 있는 거지를 만나면 입은 옷을 벗어주고 팬티바람으로 절에까지 걸어오시는 스님, 이불은 이불(離佛)과 음이 같다며 이불을 덮지 않고 주무신 스님, 만해의 '조선독립의 서'를 임시정부에 전달
공모전 대상이나 신춘문예에 당선하는 일은 문인에게는 조선시대 과거에 급제하는 일과 다름없다. 과거는 조선시대 선비들에게는 꿈이요 로망이었다. 그래서 과거시험을 앞둔 사람은 게 두 마리가 갈대를 물고 있는 그림을 유독 좋아했다.갈대는 한자로 '로(蘆)'인데 중국어에서는 '려( )'로 발음한다. 이 '려'는 과거급제자에게 왕이 내리는 고기를 말한다. 그러므로 갈대는 과거합격을 의미한다. 게는 등이 딱딱한 갑옷을 입었으니 '갑(甲)' 즉, 1등 '장원급제'를 상징한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제16대 에이브라햄 링컨 대통령을 꼽는다. 링컨은 9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이듬 해 새엄마가 들어왔는데, 이분이 링컨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사라 존스턴'이다. 링컨은 가난의 상징인 켄터키 주 시골 통나무집에서 살았다. 링컨의 새어머니가 된 사라는 링컨을 따뜻하게 돌봐 줬고, 링컨이 책 읽기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여기저기서 많은 책들을 빌려다 줬다. 훗날 링컨은 '내가 성공했다면 오직 천사와 같은 어머니의 덕이다'라고 말했다.아버지가 재혼해 어머니의 자리를 잇는 의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