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낙인(烙印)
코로나 낙인(烙印)
  • 윤일광 칼럼위원
  • 승인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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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북전쟁 후 북부시장에서 소 가격이 오르자 남부에서 북부로 소떼의 이동이 시작됐다. 그런데 서로 섞여 소유가 불분명할 때가 많았다. 농장주들은 불에 달군 인두로 가축의 몸에 목장 고유의 표식으로 소인(燒印)을 했다. 이를 스티그마(stigma)라 했고, 우리말로는 낙인(烙印)이다. 현대에 와서 자사 상품을 다른 것과 구분하기 위해 고유의 기호나 도안으로 표시되는 것을 브랜드(brand)라 하는데, 이 브랜드라는 말이 낙인(스티그마)에서 왔다.

한번 찍힌 낙인은 죽을 때까지 지울 수 없기 때문에 과거의 좋지 않은 경력을 알게 되면, 편견의 색안경으로 보게 되고 사람의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을 낙인효과(Stigma Effect)라 한다. 때로는 잘못된 낙인으로 억울할 때도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프랑스 루이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다. 빵 가격이 폭등해서 민중들이 굶주린다는 소식을 듣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고 했다는 말 때문이다. 심지어 프랑스대혁명의 원인이라고 뒤집어쓰기도 한다. 실제로는 이 말을 한 적이 없다. 이는 루소가 쓴 《고백록》에 있는 말로, 루소가 술과 함께 먹을 빵을 찾다가 결국 못 찾고 대신에 케이크를 발견하자 한 말이다. 앙투아네트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다. 아직도 앙투아네트는 개념 없는 여자의 대명사로 낙인 찍혀 있다.

코로나가 무서운 게 아니라 확진자라는 낙인이 더 무섭다. 코로나에 걸렸다 나았다 해도 '기피하는 사람'이 되고, 확진자가 다녀간 곳은 '얼씬도 하면 안 되는 곳'이 되고 만다. 언제 어디서 누가 걸릴지도, 그게 바로 나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에 걸렸던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과 피해'(3.87점·5점 척도)라고 말한다.

감염 책임을 특정인이나 집단에 돌리면서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로 낙인찍는 정치적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누가 그렇게 만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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