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무렵이었다. 오늘도 호랑이가 무서워 피해 다니던 이리는 우연히 자기 그림자를 보게 됐다. 

"아니, 내가 이렇게 덩치가 큰지 몰랐네." 이리는 그림자의 크기가 바로 자신의 크기로 착각했다.

"내가 괜히 호랑이에게 겁을 먹었군. 이제부터 내가 숲속의 왕이 될 거야." 이리는 으스대며 이미 숲속의 왕이라도 된 듯이 설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호랑이가 나타나자 도망가지 않고 한판 뜨자는 자세로 맞섰다. 그러나 순식간에 이리는 호랑이에게 물려 죽고 말았다.

춘추시대 제(齊)나라 안영(晏嬰)은 비록 키는 여섯 자에 불과했지만 제나라를 천하의 강국으로 만든 명재상이었다. 공자도 그를 높이 평가해 안자(晏子)라고 했고, 그의 이야기들을 묶은 '안자춘추'가 전해지고 있다.

안영에게는 마차를 부리는 마부가 있었다. 마부는 마차를 끌 때가 제일 신이 났다. 마차가 지나가면 모든 사람들이 부러운 듯 쳐다봤다. 마부는 어깨에 힘을 주고 우쭐거리며 마차를 몰았다. 마차는 마부의 집 앞을 지나게 됐다. 어제 저녁에 아내에게 오늘 언제쯤 마차가 우리 집 앞을 지나게 될 터이니 구경하라고 일러뒀다. 그런데 잠깐 얼굴을 보이던 아내가 이내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멋진 모습을 오랫동안 보아주지 않는 것이 섭섭했다.

저녁에 마부가 돌아오자 아내는 느닷없이 이혼하자고 했다. 놀란 마부가 왜 그러느냐고 묻자 아내가 말했다. "대감께서는 키가 6척도 안되지만 재상이 되셨고, 온 나라 사람들이 존경합니다. 그런데도 우쭐거리지 않고 항상 겸손합니다. 당신은 8척의 거구지만, 겨우 마부 주제에 그게 뭐라고 우쭐대고 있으니, 그런 당신과는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날 이후 마부는 의기소침 했다. 안영이 요즘 무슨 걱정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마부는 아내와 있었던 일을 말했다. 안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충고를 할 줄 아는 아내가 곁에 있다면 대부를 해도 되겠다며 마부에게 벼슬을 내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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