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공모전 대상이나 신춘문예에 당선하는 일은 문인에게는 조선시대 과거에 급제하는 일과 다름없다. 과거는 조선시대 선비들에게는 꿈이요 로망이었다. 그래서 과거시험을 앞둔 사람은 게 두 마리가 갈대를 물고 있는 그림을 유독 좋아했다.

갈대는 한자로 '로(蘆)'인데 중국어에서는 '려(   )'로 발음한다. 이 '려'는 과거급제자에게 왕이 내리는 고기를 말한다. 그러므로 갈대는 과거합격을 의미한다. 게는 등이 딱딱한 갑옷을 입었으니 '갑(甲)' 즉, 1등 '장원급제'를 상징한다. 게가 두 마리인 것은 소과, 대과에 다 붙으라는 뜻이다.

단원은 게와 갈대그림에 '해룡왕처야횡행(海龍王處也橫行)'라는 화제를 썼다. '바다 용왕님 계신 곳에서도 나는야 옆으로 걷는다'는 뜻이다. 게는 옆을 걷는 게 타고난 성정인데 왕의 비위를 맞추겠다고 어정어정 바로 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정부관료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참게는 한자로 '해(蟹)'다. 살아 있는 게는 생해(生蟹)이고, 생해 중에서도 암게(생자해·生雌蟹)는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는 진상품이었다. 각 지방의 특산품을 임금에게 바친다는 공납의 피해가 크자 18세기 중엽 균역법의 성립과 함께 폐지됐으나 생자해만은 여전히 바치게 했다. '서리 내릴 무렵 참게는 소 한 마리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맛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참게는 서해안과 임진강 일대에서 잡히는 옥돌참게와 섬진강참게라고 부르는 동남참게가 있다. 동남참게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동쪽 낙동강과 남해안에 서식하는 게다. 참게는 야행성으로 밤에 활동한다. 그믐께 잡은 게가 가장 살이 많아 맛있고, 달 밝은 보름 무렵에는 활동을 하지 않아 여위고 맛이 없다.

요즈음에는 농약사용 때문에 참게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는데, 지난달 24일 서낙동강 일대에서 어린 동남참게 15만 마리를 방류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오늘 따라 참게탕이 먹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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